李대통령 "비상청와대ㆍ비상정부 각오로…"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비상국회만 요구할 게 아니라 청와대와 정부도 '비상 청와대,비상 정부'라는 각오로 임해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국민이 겪는 아픔과 어려움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며 "이럴 때일수록 공직자들이 국민 편에 서서 힘든 짐을 먼저 짊어지는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이같이 주문했다. 이와 관련,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당정청이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가동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 내부의 분위기 단속에 나서면서 청와대 조직 개편설과 연말 개각설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조직에) 전체적으로 미세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업무가 중복되는 부분도 있고 꼭 필요한데 합쳐져서 빠진 부분도 있고 해서 그런 조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아직 컨베이어벨트에 올라와 있는 상황(의사결정 안건으로 올라와 있는 상태)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재정과 금융,세제,외환,공정거래업무,FTA 등을 총괄하고 있는 경제금융비서관실에서 금융업무를 떼어 '금융비서관실'로 재분리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금융비서관실은 지난 7월 직제개편 때 재정경제비서관실에 통합됐는데 이번 금융위기 대응 과정에서 통합비서관실 업무가 너무 과중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융위원회(국내 금융)와 기획재정부(국제 금융)가 분리돼서 금융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업무를 통합 보고해야 할 청와대 조직까지 분리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오히려 인력 등을 보강해서 제기능을 하게 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어 조정 과정이 주목된다. 연말 개각설은 단순한 가능성을 넘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지인들과 만나 "당장 용퇴할 생각은 없으며 적당한 시기가 오면 스스로 거취를 정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강 장관의 거취와 관련) 아직 청와대의 입장이 바뀐 게 없어 코멘트할 게 없다"면서도 "이런저런 시장과 언론의 목소리를 계속 듣고 있다"고 말해 교체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연말과 연초에 개각 규모가 중폭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홍영식/박수진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