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현 기자의 와인ABC] (4) 코르크가 뭐기에…코르크만으로도 와인종류 구분 가능

스크루캡 채택한 고급와인도 많아

와인바에 가면 특별한 의식(?)이 있다. 일행끼리 수다를 떨다가도 소믈리에가 주문한 와인을 들고와 라벨을 보여주는 순간 테이블엔 침묵이 흐른다. 호일을 벗기고 코르크 스크루를 돌릴라치면 모두 숨 죽이고 와인에 주목한다. 이어 소믈리에가 병에서 뽑아낸 코르크를 조심스레 내려놓으며 테이스팅을 권한다. 가히 '신성한 의식'이라 할 만하다. 여기서 관심을 끄는 것이 코르크다. 왜 와인은 소주 맥주와 달리 코르크 마개를 쓸까? 크기.재질은 모두 같은 것일까? 와인 마개는 코르크뿐일까?

참나무과 코르크나무의 껍질을 잘게 썰어 만드는 코르크는 발효주인 와인이 병속에서 숙성되는데 일정 역할을 한다. 코르크 자체의 미세한 틈을 통해 와인과 공기가 섬세하게 만나도록 돕고,뛰어난 신축성으로 수분이 닿으면 팽창해 산화를 방지하는 기능도 한다. 와인을 뉘어 보관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코르크는 와인 종류에 따라서도 다른 모양을 갖는다. 와인명과 빈티지.제조사 등이 간략히 표기된 일반적인 천연 코르크 마개가 일반적이지만 중저가 와인에 주로 쓰이는 인조 코르크(합성 플라스틱) 마개도 있다. 대개 고급 와인일수록 코르크 수명과 보관기간을 고려해 코르크 길이가 정해진다. '작업용 와인'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산 '빌라M' 같은 약발포성 와인은 일반 코르크 마개보다 조금 더 두꺼운 것을 사용해 병을 여는 데 약간 힘이 든다. 즉 와인을 마셔보지 않고도 뚜껑만으로 어떤 와인인지 대략 알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코르크 시대가 가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수십년 장기 숙성을 천연 코르크에만 의존하기엔 미덥지 못한 데다 전체 와인의 2~3%가 유통 과정에서 코르크로 인해 변질(corky)되기 때문.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자양강장제 뚜껑처럼 금속 스크루캡을 장착한 와인이 늘고 있다. 실제로 중저가 와인뿐 아니라 호주 프리미엄 와인의 양대 산맥인 펜폴즈와 헨시케는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와인에 스크루캡을 채택하고 있다.

이쯤 되면 와인 맛을 보기도 전에 그럴싸해 보이는 코르크와 왠지 값싸 보이는 스크루캡만으로 와인 등급을 지레 짐작하는 것은 무의미하지 않을까. '와인 대통령'으로 불리는 로버트 파커도 "2015년엔 전체 와인의 95%가 스크루캡으로 바뀔 것"이라 내다봤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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