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체 "당분간 되는 쪽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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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는 선박수주...돈되는 해양 시추설비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이 줄어든 선박 수주를 만회하기 위해 드릴십 등 해양 부문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해상 물동량 감소로 당분간 선박 발주는 살아나기 힘든 반면 원유와 천연가스를 탐사하고 캐내는 해양 부문은 여전히 '블루오션'이라는 판단에서다. '되는 사업에 집중한다. '선박 시장 불황을 겪고 있는 조선업체들의 요즘 화두다. ◆수주 줄고 중도금도 아슬아슬
글로벌 금융위기로 선박금융까지 얼어 붙으면서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조사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9월 전 세계 발주량은 280만CGT(보정총톤수)로 연중 최저 수준으로 가라앉았다. 한국 조선업체들의 수주량도 70만CGT로 전달(130만CGT)에 비해 거의 반토막이 났다.
제때 중도금을 내지 못하는 선주들도 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조선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선박 대금은 배가 완공될 때까지 공정에 따라 20%씩 다섯 차례에 걸쳐 나눠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 조차도 몇몇 선주들의 대금 납입 지연으로 걱정을 하고 있다"며 "금융경색이 더욱 악화될 경우에 대비해 미리 펀딩(자금 조달)을 해놓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 부문으로 만회한다
선박에 대한 주문이 줄어들자 국내 '빅3' 조선업체들은 해양 부문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인도에 설립한 '해양설비 설계센터' 인원을 2~3년 내에 두 배 이상 늘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드릴십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설비) 등 늘어나는 해양부문 수주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설계능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한창 공사를 진행 중인 '제10도크'를 해양부문 전용도크로 활용할 계획이다. FPSO 등의 덩치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 도크의 크기도 세계 최대 규모로 늘려 잡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 도크가 완공되면 해양설비의 작업기간이 한 달가량 줄고 원가도 20% 정도 절약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업체의 이런 노력으로 전체 수주액에서 차지하는 해양부문의 비중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삼성중공업은 해양부문 비중이 2004년 3.9%에서 △2005년 19.5% △2006년 35.7% △2007년 41.0%로 높아졌고 올해는 50%에 육박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같은 기간 0.9%에서 30%대 중반으로 높아졌다. 현대중공업의 해양부문 수주액도 올 들어 9월 말까지 39억달러를 달성,이미 작년 연간 수주액(26억4000만달러)을 넘어섰다.
◆1년만 버텨라
한쪽 날개만으로는 오래 날지 못하는 법.조선업체들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해양 부문과 더불어 조선 부문도 살아나야 한다. 조선업계 전문가들은 이르면 내년 말께부터 조선 시황이 조금씩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현용 삼성중공업 조선해양 영업실장(전무)은 "선주들도 사업을 접지 않는 이상 결국에는 효율이 높고 사이즈가 큰 신제품을 꾸준히 확보해야만 한다"며 "최소한 대형 조선업체에는 오래지 않아 선박 주문이 예년처럼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쟁력있는 대형 조선업체들은 '제2의 호황기'를 누릴 가능성도 있다. 우선 천정부지로 치솟던 후판(厚板)값이 정점을 지났고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동안 높은 환율에 맺어 놓은 외환 헤지거래는 '환차익'으로 돌아올 공산도 크다. 난립한 국내외 중소 조선업체의 구조조정으로 선박 수주가 대형 업체로 몰리는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성기종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이 위기의 시기라면 2010년은 기회의 시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이 줄어든 선박 수주를 만회하기 위해 드릴십 등 해양 부문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해상 물동량 감소로 당분간 선박 발주는 살아나기 힘든 반면 원유와 천연가스를 탐사하고 캐내는 해양 부문은 여전히 '블루오션'이라는 판단에서다. '되는 사업에 집중한다. '선박 시장 불황을 겪고 있는 조선업체들의 요즘 화두다. ◆수주 줄고 중도금도 아슬아슬
글로벌 금융위기로 선박금융까지 얼어 붙으면서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조사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9월 전 세계 발주량은 280만CGT(보정총톤수)로 연중 최저 수준으로 가라앉았다. 한국 조선업체들의 수주량도 70만CGT로 전달(130만CGT)에 비해 거의 반토막이 났다.
제때 중도금을 내지 못하는 선주들도 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조선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선박 대금은 배가 완공될 때까지 공정에 따라 20%씩 다섯 차례에 걸쳐 나눠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 조차도 몇몇 선주들의 대금 납입 지연으로 걱정을 하고 있다"며 "금융경색이 더욱 악화될 경우에 대비해 미리 펀딩(자금 조달)을 해놓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 부문으로 만회한다
선박에 대한 주문이 줄어들자 국내 '빅3' 조선업체들은 해양 부문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인도에 설립한 '해양설비 설계센터' 인원을 2~3년 내에 두 배 이상 늘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드릴십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설비) 등 늘어나는 해양부문 수주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설계능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한창 공사를 진행 중인 '제10도크'를 해양부문 전용도크로 활용할 계획이다. FPSO 등의 덩치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 도크의 크기도 세계 최대 규모로 늘려 잡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 도크가 완공되면 해양설비의 작업기간이 한 달가량 줄고 원가도 20% 정도 절약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업체의 이런 노력으로 전체 수주액에서 차지하는 해양부문의 비중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삼성중공업은 해양부문 비중이 2004년 3.9%에서 △2005년 19.5% △2006년 35.7% △2007년 41.0%로 높아졌고 올해는 50%에 육박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같은 기간 0.9%에서 30%대 중반으로 높아졌다. 현대중공업의 해양부문 수주액도 올 들어 9월 말까지 39억달러를 달성,이미 작년 연간 수주액(26억4000만달러)을 넘어섰다.
◆1년만 버텨라
한쪽 날개만으로는 오래 날지 못하는 법.조선업체들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해양 부문과 더불어 조선 부문도 살아나야 한다. 조선업계 전문가들은 이르면 내년 말께부터 조선 시황이 조금씩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현용 삼성중공업 조선해양 영업실장(전무)은 "선주들도 사업을 접지 않는 이상 결국에는 효율이 높고 사이즈가 큰 신제품을 꾸준히 확보해야만 한다"며 "최소한 대형 조선업체에는 오래지 않아 선박 주문이 예년처럼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쟁력있는 대형 조선업체들은 '제2의 호황기'를 누릴 가능성도 있다. 우선 천정부지로 치솟던 후판(厚板)값이 정점을 지났고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동안 높은 환율에 맺어 놓은 외환 헤지거래는 '환차익'으로 돌아올 공산도 크다. 난립한 국내외 중소 조선업체의 구조조정으로 선박 수주가 대형 업체로 몰리는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성기종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이 위기의 시기라면 2010년은 기회의 시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