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 문 닫을라… 中 인민銀, 대출규제 푼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엄격하게 유지해왔던 대출 규제를 완화한다. 자동차업계가 감원 바람에 휩싸이는 등 실물경제의 침체가 뚜렷함에 따라 경기부양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인민은행은 2일 웹사이트를 통해 "엄격한 대출 규제를 더 이상 실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이후 연간 신규 대출 증가율이 전년 수준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대출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또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대출 조건을 대폭 강화하고,신용대출의 경우 대출 명목과 실제 지출 분야를 은행이 확인토록 했다. 이는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투기자금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아 자산시장의 버블(거품) 형성을 방지하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긴축정책은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경기침체 등 대외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연쇄 파산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으며,중국 경제를 경착륙시킬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지난 3분기 성장률은 5년 만의 가장 낮은 수준인 9.0%에 그쳤다. '세계의 공장'인 광둥 지역에선 7000개의 업체가 문을 닫는 등 기업 연쇄 파산 사태가 벌어지고 있으며,치루이자동차가 6000명을 감원키로 하는 등 대기업에도 해고 바람이 본격화되고 있다. 홍콩 기업으로 중국에 진출한 업체 중 4분의 1이 연내 문을 닫을 가능성이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최근 전했다. 지난 10월 홍콩의 소비는 전년동기 대비 30% 감소,2003년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 때보다도 더 큰 폭으로 줄었다.

특히 작년 대출 규제 조치 이후 상하이 증시는 70%나 폭락했다. 선전 부동산 가격이 40% 가까이 떨어지는 등 부동산시장도 붕괴 위험에 처해 있다. 더욱이 미국 등의 불경기로 수출증가율이 대폭 둔화돼 내년에는 한 자리 숫자에 머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9월 수출증가율은 22.3%였다. 주민 중국은행 부행장은 "미국발 금융위기의 영향은 이제 시작 단계"라며 "앞으로 8~12개월간은 매우 고통스러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45일 동안 금리를 세 차례 내리고,40조원 규모의 감세 계획을 수립하는 등 경기부양에 적극 나서는 것도 경착륙을 저지하기 위한 긴급조치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중국은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수출환급금을 다시 부활하거나 증액했다. 신화통신은 이와 관련,금융위기로 인한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선 중국 경제의 자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인하와 대출 규제 완화를 통해 내수를 키우겠다는 의미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이날 산시성을 방문,내수 부양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원자바오 총리는 최근 국무원 회의를 열고 대형 건설 프로젝트 조기 착공,농산물 수매가 인상,각종 감세를 통한 소비시장 확대 등을 지시하기도 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