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가을은 좋은데 낙엽지듯 머리카락이…

'프로페시아'·'미녹시딜'등 남성 탈모 개선

가을은 '남성의 계절'이라지만,가을을 두려워하는 남성은 의외로 많다. 다른 계절에 비해 빠지는 머리카락 수가 눈에 띄게 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가을에 탈모 현상이 심해지는 이유로 일조량 감소를 꼽는다. 일조량이 줄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왕성하게 분비되고,이 물질이 'DHT(디하이테스토스테론)'로 바뀐다는 이유에서다. DHT는 모낭의 단백질 합성 작용을 떨어뜨리는 탈모의 주범.굵고 튼튼했던 머리카락도 DHT를 만나면 가늘고 힘 없는 솜털로 변하면서 결국 빠진다. 물론 DHT에 유전적으로 민감하지 않은 사람에겐 탈모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시중에 나온 먹는 탈모 치료제들은 바로 DHT의 작용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탈모 증상을 개선한다. 효시는 1997년 발매된 미국 제약회사 MSD의 '프로페시아'.이 회사가 개발한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인 '프로스카'(피나스테리드 5㎎)를 사용한 사람들에게 발모 현상이 나타난 점에 착안,피나스테리드 용량을 1㎎으로 줄여 탈모 치료제로 선보인 것이다.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허가를 받은 탈모 치료제로,3~6개월 복용하면 10명 중 9명은 탈모가 멈추고 6~7명은 새로운 머리카락이 돋아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프로페시아가 독점하던 국내 먹는 탈모 치료제 시장이 경쟁체제로 바뀐 것은 2006년.중외제약 동아제약 한미약품 등이 잇따라 복제약을 선보이며 프로페시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중 한미약품의 '피나테드'는 프로페시아와 거의 동일한 효능에 30% 가까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최근 1년간 30억원어치나 팔렸다. 150억원의 매출을 자랑하는 프로페시아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피나테드의 빠른 성장속도를 감안하면 조만간 시장 판도에 큰 변화가 올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피나테드는 한 알에 1320원(출하가 기준)으로,프로페시아(1815원)보다 500원가량 저렴하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먹는 탈모 치료제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지만 건강보험 혜택을 못 받기 때문에 소비자가 약값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르는 탈모 치료제는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미녹시딜'이란 성분으로 만든 의약품이다. 미녹시딜은 원래 중중 고혈압 치료에 쓰이는 혈관확장제였으나,이를 복용한 환자들의 머리카락이 굵어지고 성장한다는 보고서가 나온 뒤 바르는 약으로 재탄생했다. 탈모 치료 효과는 먹는 약에 비해 떨어지지만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간편하게 살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미녹시딜 시장은 2006년 90억원 수준에서 올해 150억원 안팎으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바르는 탈모 치료제 시장의 최강자는 70%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현대약품의 '마이녹실'이다. 그 뒤를 CJ의 '스칼프메드',한미약품의 '목시딜',화이자의 '로게인',동성제약의 '동성미녹시딜' 등이 쫓고 있다. 바르는 탈모 치료제 시장이 확대되자 동아제약은 최근 '카필러스'를 발매하며 새로 뛰어들었다. 현대약품 관계자는 "화장품 샴푸 등을 포함한 전체 탈모 관련 시장은 1조원에 육박한다"며 "화장품과 샴푸로 탈모를 관리하던 환자들이 의약품으로 바꾸는 추세인 만큼 탈모 치료제 시장은 점차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