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사이버 애널 맹신 유감

요즘 증권가에서는 인터넷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른바 '사이버 애널리스트'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들이 민감한 이슈와 관련해서 제기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들이 일반투자자들의 과민반응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활동 중인 사이버 애널 또는 경제평론가 중 대표적인 인물은 '미네르바(필명)'다. 지난 8월 한 포털 토론게시판에 산업은행이 인수하려던 리먼브러더스의 부실을 예견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나이나 신원은 알 수 없지만 환율 급등이나 주가 폭락에 대한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온라인상에서는 영향력이 큰 인물로 꼽힌다. 주가가 100포인트 넘게 오르내리던 지난달에는 미네르바가 '코스피지수의 2차 저점은 500포인트'라는 전망을 제시하는 바람에 일부 온라인 투자자들의 심리가 과도하게 위축돼 장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문제는 사이버 애널들의 개인적인 분석과 전망에 대한 일반투자자들의 지나친 맹신이 큰 부작용을 불러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 아이디 '쥬라기'라는 인물은 인터넷 포털의 게시판과 자신의 블로그에 "A증권사가 리먼브러더스와 연계해 막대한 손실을 봤다"는 '과대포장'된 글을 올려 해당 증권사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A증권사가 '쥬라기'를 찾아내 정확한 데이터를 제시하며 정정을 요구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가까스로 시장의 오해를 바로잡기도 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사이버 애널리스트들의 등장은 기존 제도권 애널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낳은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이들은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특정업체의 주가를 흔드는 결과를 가져오는 데 대한 책임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잘못된 통계나 부풀려진 소문이 온라인을 통해 삽시간에 퍼져나가면서 마치 절대적인 시장분위기인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비상한 상황인 만큼 모두 '경제는 심리'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때다.

문혜정 증권부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