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08]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자와의 대화

메리 폰테인 헤이그룹 R&D센터 소장 "불황기 감원은 호황기 성장동력 내다버리는 것"

"무조건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을 영웅으로 떠받드는 회사 내 분위기를 바꿔야 더 강한 조직이 될 수 있습니다. "세계적 인재관리 컨설팅 회사인 헤이그룹의 메리 폰테인 매클랜드 R&D센터 소장은 4일 "이번 세계적 금융 위기는 개인적인 탐욕보다는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도록 하는 회사 내부 시스템이 불러온 화(禍)"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인재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서울 대치동 헤이그룹 한국지사에서 만났다.

―지금 같은 불황기에는 기업에 어떤 리더십이 요구되는가.

"장기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언제나 중요한 문제이지만,특히 불황기에 강조되는 덕목이다. 좋은 리더는 지금 같은 불황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다. 좋은 회사와 자산을 싸게 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싼 값에 좋은 매물이 나오더라도 현금이 없는 기업에는 그림의 떡일 뿐인데.

"현금이 없는 기업에도 장기적인 시각은 필수적이다. 리더가 단기적인 성과와 비용 감축에 얽매이다 보면 결국 회사의 성장성을 훼손하게 된다. 무조건 10%를 감원하는 것과 같은 일률적인 구조조정이 대표적이다. 인건비는 아끼겠지만 이는 호황기에 회사가 다시 성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중대한 실수다. "

―이번 금융 위기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리더들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다. 서브프라임 사태를 봐라.고위험·고수익 상품을 남발하면서도 위험성을 소비자와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서브프라임뿐만 아니라 수많은 기업들이 복잡한 금융상품을 통해 유동성을 확대해 왔다. 누구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그동안 미국 기업들에는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을 '영웅'으로 추앙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단기적인 성과 목표만 달성하면 방법은 누구도 문제삼지 않았다. 그 결과가 이번 금융 위기다. "

―리더가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간섭한다면 결국 조직이 관료주의적으로 변할 위험성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성과가 높은 직원들에게 일일이 관료주의적으로 자료·증거 제출을 요구하라는 뜻이 아니다. 리더는 회사에 돈을 벌어 오는 직원이 있다면,그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었는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층층시하의 관료주의를 만들라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나 부문장이 직접 보고를 받아서라도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다면 단기적으로는 매출과 수익이 증가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강한 조직이 되지는 못한다. 언젠가는 기업의 존립 자체가 어려워진다. "―이번 금융 위기가 시장 구성원의 '탐욕' 때문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나는 금융 위기를 불러온 월가 사람들이 누군가를 다치게 하려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기적 성과만 강조하고 보상하는 회사 시스템이 문제였다. 장기적인 시각을 가진 리더라면 회사가 돈을 어떻게 벌고 있는지 체크하는 '리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돈을 버는 게 문제가 아니라 돈을 어떻게 버느냐를 잘 관찰하고 조정해야 한다. 모든 돈은 똑같지 않다. "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