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절감과의 전쟁] 삼성‥계열사간 협력…사업ㆍ인력 상시 조정체제 구축


셀 생산방식 도입…8~9명 일을 1~2명이 담당

종이 한 장 덜 쓰는 '마른 수건 짜기'식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시스템이다. 널뛰는 환율과 원자재값,고유가에 대처하는 삼성의 방법이 진화하고 있다. 우선 구조조정이 없다. 사업과 인력을 구조조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상시로 조정을 하는 체제로 바뀌었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전자―삼성테크윈 간의 사업 협력이다. 삼성은 지난해 삼성테크윈의 디지털 카메라 사업을 삼성전자와 협업토록 체제를 바꿨다. 삼성테크윈의 마케팅 인력들은 수원사업장에 모여 삼성전자 인력들과 머리를 맞댔다.

삼성SDI와 삼성전자가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TV 사업을 한 데 뭉친 것도 같은 케이스다. LCD(액정디스플레이)TV에 밀려 부진을 면치 못하던 PDP사업을 패널만을 담당하던 삼성SDI가 모두 맡고 삼성전자가 마케팅과 판매,서비스를 책임지는 구조로 사업구조와 인력을 조정했다.

시스템을 미세하게 들여다보면 초(超)원가 절감을 위한 장치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은 개발부터 생산단계에 이르기까지 방대하게 존재한다. 삼성전자 프린터 사업을 예로 들면 명확하다. 연구원들은 기존의 컬러 레이저 프린터 구동방식을 바꿨다. 여러개의 모터를 달아 작동하던 방법에서 한 개의 모터를 쓴 멀티캠 방식으로 전환했다. 구매단계에서는 조직적으로 절감이 이뤄진다.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핵심 인력을 구매부서에 전진배치했던 삼성전자는 협력업체와의 구매, 물류 프로세스를 정례화했다. 개발 부서와 구매 부서가 제품 개발 초기단계부터 공동으로 부품 정보를 관리하고 공급업체를 선정하도록 했다. 개발ㆍ구매 협력시스템(PES)으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2004년에 설계돼 지금까지 삼성전자의 모든 제품 개발에 적용되고 있다.

생산 단계에서는 '아이디어'가 시스템으로 만들어졌다. 삼성은 일자 컨베이어 벨트 방식인 30여개 생산라인을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 제품을 조립하는 셀(cell)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런 방식 전환으로 8~9명분의 일을 1~2명이 담당할 수 있게 됐다.

LCD총괄은 2006년 생산과 운반,이동과 재고 등 전 부문에서 낭비가 될 만한 부분을 스스로 찾아 이를 없애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숨은 로스(Loss) 찾기'운동을 도입했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는 천차만별이었다. '내 컵 갖기'부터 시작해서 '야간 작업시 미사용 컴퓨터 전원 끄기','차량 출입관리 전산화'까지 다양한 제안이 이뤄졌다. 그해 3월부터 6월까지 모은 아이디어는 모두 660여건.금액으로 환산하면 모두 1700억원에 달했다.

임직원들에 대한 투자로 비용을 줄이기도 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은 다양한 반도체 공정을 소화할 수 있는 오퍼레이터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고 있다. 소그룹으로 인원을 분배해 지속적으로 작업 개선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또 한 공정만을 위한 설비를 들여오기보다는 다양한 공정별로 혼용할 수 있도록 설비와 공정을 갖추고 있다.

원가절감의 효과를 톡톡히 본 곳도 있다. 삼성SDI다. 삼성SDI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6배가량 좋아졌다. 매출은 전분기보다 5% 늘어난 1조8659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무려 579%나 늘어난 769억원을 기록했다. 일등 공신은 PDP사업이었다. 그간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던 PDP사업을 삼성전자와 통합경영키로 하면서 비용은 줄어든 반면 패널 개발시간이 크게 줄어들고 판매가 늘었다. 회사 관계자는 "지속적인 원가절감 노력으로 수익을 높여나가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