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실용화 촉진대회] 대통령 표창 : 터보파워텍㈜‥발전 터빈 핵심부품 '세계 챔피언'

우리 삶에 유용하게 쓰이는 전기는 어떻게 생산되는 걸까. 발전(發電)은 기본적으로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 등 역학에너지,열에너지,화학에너지 등을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을 해주는 기계를 발전기라고 한다. 다들 여기까지는 잘 알지만 발전기를 돌리기 위해 '터빈(turbine)'이라는 필수적인 부품이 들어간다는 것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터빈은 다른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만들어낸 물 가스 증기 등의 유체에 의해 고속 회전운동을 하면서 전기장 발생에 적합한 기계적인 운동으로 변환시켜 주는 기계다. 증기 터빈은 화력발전소를 비롯해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전기를 구동하는 데 쓰이고,수력 터빈은 수력발전소에서 발전기를 움직이는 데 사용된다. 내연기관의 연소가스를 동력원으로 삼는 가스 터빈도 최근에는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30년간 오로지 이 같은 발전 터빈용 핵심 부품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파온 국내 기업이 있다. 2008년 신기술실용화촉진대회에서 유공기업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는 터보파워텍이 그 주인공.1979년 비철 주조업으로 창업한 뒤 전문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원심주조를 이용해 터빈에 쓰이는 특수 합금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세부 사업 분야로는 △합금주조 △열처리 △단조 △정밀가공 등이 있는데 각 분야별로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전문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매출의 70%가 수출에서 발생하는데 주요 공급처로는 미국의 선진 터빈 제작사인 GE,일본 도시바 히타치 미쓰비시,독일 지멘스 등이 있다.

터보파워텍은 그동안 터빈 내 증기가 새지 않도록 막아주는 정밀부품인 '실(seal)'을 주력 상품으로 생산해왔다. 2003년부터는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과 인력을 투입,터빈 소재와 가공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그 결과 이 회사는 △발전터빈용 스테인리스 스틸 실 △발전터빈용 구리(Cu)-니켈(Ni) 합금(alloy) 실 △발전기 터빈 오일밀봉장치 등을 우수제품으로 인증을 받았다. 또한 발전터빈 부품인 스팀 터빈용 다이아프램,가스 터빈용 인터스테이지 실 등의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전 세계 터빈 제조사들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신기술실용화촉진대회 대통령 표창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된 것도 이 같은 노력의 결과다. 정형호 대표는 '끊임없는 연구개발은 곧 기업의 힘'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는 "발주사의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부품 소재 개발에 전념하는 것밖에 다른 길이 없었다"고 말했다. R&D는 기업 생존에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는 얘기다. 그 결과 터보파워텍은 원심주조를 바탕으로 한 소재,열처리,단조,정밀가공 등의 전 공정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납기가 줄어들고 가격 경쟁력에서 타사를 압도하니 전 세계 터빈 제조사로부터 주문이 밀려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터보파워텍은 여기에다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려는 노력으로 고객들로부터 지속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지금까지 총 10여 가지의 발전터빈 핵심 부품을 자체 개발해 특허 등록,우수제품 인증(NEP),세계일류상품 인증 등을 통해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 해외 선진 터빈 제작사의 '베스트 10' 납품사에 두 차례나 선정되면서 해외에서도 품질과 기술력을 톡톡히 인정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터보파워텍은 지금까지 구축한 원스톱 시스템을 한층 업그레이드해 나갈 계획이다. 발전터빈 분야 원천기술이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이를 국내 기술력으로 대체하기 위한 연구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각오다. 궁극적으로는 발전 터빈용 부품 분야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챔피언(hidden champion)'에서 자체 브랜드력으로 승부하는 세계 일류 발전 터빈 제조사로 도약하는 게 목표다. 더불어 정부의 녹색성장 기조에 발맞춰 친환경 터빈 부품의 생산에도 노력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