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상화단 9人9色 파노라마

김창열·박서보·하종현 등 노화랑서 그룹전

'물방울 작가' 김창열씨를 비롯해 박서보,하종현,정창섭씨 등 국내 인기 추상화가 9명의 독창적인 추상화 작품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 관훈동 노화랑이 마련한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전이다. 오는 25일까지 이어지는 이 전시회에는 묘법,점화,필법 등 현대 추상미술의 다양한 흐름을 보여주는 작품 18점이 출품됐다. 한국 모노크롬 회화의 흐름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다. 출품작들은 대부분 최근에 그린 신작이며 가격은 100호 기준 점당 3000만~1억1000만원이다.

특히 예술 분야의 책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출판사 애술린이 이들 작가들의 화집('The Color of Nature,Monochrome Art in Korea'·자연의 색,한국의 모노크롬 예술)을 출간,미국 유럽 아시아 지역에서 홍보마케팅을 벌일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1960년대 말부터 40여년간 파리에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해 온 김창열씨(79)는 최근의 결과물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마포 위에 모래를 깔고 오일로 물방울을 그린 작품과 나무 등 새로운 매체를 활용한 신작 두 점이 나와 있다. 박서보씨(77)는 지난 5월 뉴욕 첫 개인전에서 미국 컬렉터들에게 반응이 좋았던 컬러 '묘법(描法)' 시리즈를 들고 나왔다. 붉은색,보라색,노란색,초록색 등 다양한 색채감은 화려하지만 기품이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장을 지낸 하종현씨(76)는 신체와 감정의 통합을 시도한 '접합' 시리즈 등 대작 2점을 내놓았다. '접합'시리즈는 마대(캔버스)와 물감,자신의 신체 동작을 통해 변화하는 관계를 표현한 것.온화하면서 고요한 분위기를 내뿜는 호연지기의 필법이 특징이다.

1980년대 이후 닥종이를 이용해 독특한 조형세계를 개척해 온 정창섭씨(81)는 '의도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세계'인 '묵고(默考)' 연작을 선보이고 있다. 닥종이를 주무르고 반죽하는 과정을 거치며 천연염료로 염색한 작품은 은은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준다. 이 밖에 철학적인 사변을 추상회화로 승화시킨 서승원씨(66)의 '동시성' 시리즈,서예의 필선으로 자연의 에너지를 표현하는 이강소씨(65)의 '섬으로부터',벌집 색면 추상화가 김태호씨(58)의 '내재율' 등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노화랑의 노승진 대표는 "같은 작품으로 중국 상하이 샘터화랑에서 내년 2월 순회 전시를 열 예정이고 해외 미술관 전시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02)732-35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