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위탁증거금 뒤늦은 조정 투자자 보호의무 위반 아니다"

고법,우리투자證 승소판결

증권사가 투자주의 종목의 위탁증거금(주식매수계약금) 비율을 뒤늦게 상향조정했더라도 투자자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김모씨(35)는 2007년 4월 코스닥상장업체인 루보의 주식을 투자금의 60%는 증권사(우리투자증권)에서 빌리고 40%는 본인이 내는 '미수거래' 방식으로 매입,총 3억951만여원을 미납한 상태에서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그런데 4월16일 검찰이 루보의 주가조작 사건을 적발했다고 발표하면서 주가는 폭락했다.

결제일이 돼도 김씨가 잔금을 납입하지 않자 증권사는 반대매매를 통해 일부 대금을 회수했다. 그러나 2억3000여만원은 받지 못했고 김씨를 상대로 미수금 반환 청구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증권선물거래소 등은 루보 주식이 급등하자 2006년부터 위험성을 경고해 왔다"며 "증권사는 검찰이 수사발표를 하자 위탁증거금 비율을 40%에서 100%로 뒤늦게 높여 투자위험을 고객에게 제때 알리지 못했으므로 30%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서울고법 민사18부(부장판사 지대운)는 9일 우리투자증권이 김씨를 상대로 제기한 미수금 반환 소송에서 "증권사에 미결제 금액의 전부를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불확정 요소가 많은 증권거래 특성상 증권선물거래소가 수 차례에 걸쳐 투자주의 종목 지정 등을 했다고 해서 시세조종 행위가 있다고 증권사가 단정하기는 어렵기에 증권사가 투자위험을 미리 알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불확정 요소가 많은 증권거래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 자신의 투자로 발생할지 모르는 손실은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며 "위탁증거금은 본질적으로 매수주식의 결제책임을 부담하는 증권사의 위험관리를 위한 것이므로 설사 증권사가 투자위험을 알았다 하더라도 위탁증거금 비율을 상향 조정하지 않은 것이 투자자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