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대투, 퇴직금 중간정산 ELF '강제' 가입 논란

하나대투증권이 직원들에게 강제로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하고, 지급된 퇴직금으로 자사 금융파생상품인 ELF(주가연계펀드)에 가입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5~6월 본사 부장 40명과 영업지점장 140명 등 총 180명의 부서장들이 일괄적으로 퇴직금 희망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산받은 퇴직금을 모두 ELF에 가입, 현재 50% 이상 손실을 내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의 한 관계자는 "퇴직금 중간 정산시 '희망신청서'를 작성하게 돼 있다"면서 "본사에서 이 신청서 작성을 요구했기 때문에 부서장으로서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당시 부서장이 모두 180명이었다"며 "모든 부서장이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 ELF에 가입한 것을 봐도 강제성을 엿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투자한 퇴직금도 손실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주식시장이 급락하면서 ELF는 가입 당시에 비해 절반 이상 손실을 기록중이다. ELF는 만기가 있는 상품으로 만기 전까지 원금을 회복하면 큰 손해는 보지 않는다. 다만 구조조정으로 원치 않는 퇴직을 할 경우 피해는 직원들이 떠안게 된다.

하나대투증권 홍보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점장들이 솔선수범의 자세로 가입하라'는 김지완 사장의 지시는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강요로 받아들을 수 있을 수 있으나, 권유였지 분명 강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퇴직금 정산 이후 하나대투 ELF에 가입한 부서장 및 본부장급으로 재직하다 지난 10월말 인사에서 낙마한 직원은 30명에 달한다. 한편, 하나대투증권은 이번주부터 200여명의 직원들을 상대로 구조조정을 실시할 예정이다. 부서장 100여명 및 3,4급 직원 100여명 정도가 구조조정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노조와 회사 측은 이를 두고 협상을 진행중이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