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 선율 神들린 맨손 지휘‥'칠순의 거장' 유리 테미르카노프 내한 공연…
입력
수정
차이코프스키 선율 神들린 맨손 지휘‥'칠순의 거장' 유리 테미르카노프 내한 공연…상트 페테르부르크 필과 12,13일 예술의전당
2001년 가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 중이던 런던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 쿠르트 마주어가 첫날 공연 직후 쓰러졌다. 내한 당시부터 신장병 때문에 건강이 좋지 않았던 마주어는 서울대병원에서 '더 이상 지휘봉을 잡지 못할 것'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다급해진 예술의전당은 거장급 지휘자를 하루 만에 데려오기 위해 이리저리 수소문했다. 그때 유리 테미르카노프(70)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과 함께 일본을 순회공연 중이었다. 마침 순회 일정 중 딱 하루를 휴일로 비워두고 있었던 그는 짐을 챙길 새도 없이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다. 사상 초유의 대타 지휘자로 선 테미르카노프의 지휘는 한국 공연 사상 손꼽히는 명연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가 이끄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이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무대를 위해 12~1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다시 찾는다. 2006년 11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웅장한 러시아 사운드를 들려준 지 2년 만이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은 지금의 명성을 얻기까지 오랜 기간 고난의 세월을 보냈다. 1882년 창단된 뒤 러시아 제정 붕괴와 소비에트 정권 수립,제2차 세계대전 등으로 수없이 많은 굴곡을 겪었다. 1938년부터 50년간 종신 지휘봉을 잡았던 거장 예프게니 므라빈스키 덕분에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지만 그가 죽은 뒤 페레스트로이카 등으로 다시 한 번 흔들렸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테미르카노프다. 그는 단원들의 투표를 거쳐 만장일치로 1988년부터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의 포디엄에 섰다. 당시 수많은 거장들이 서방 세계로 망명했기에 그의 잔류는 더욱 화제였다.
테미르카노프는 서방으로 망명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우리가 어머니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듯이 내게는 국가가 그러했다"고 답했다. 결국 테미르카노프와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은 부활에 성공했다. 지휘봉 없이 맨손으로 지휘하는 그는 관능적이면서도 이지적인 감수성을 단원들에게 심어줬다. 이후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은 RCA 등 해외 굴지의 레이블에 레코딩을 선보이며 이름을 떨쳤다.
테미르카노프의 70세 기념 연주 투어를 겸한 이번 공연은 러시아의 대표적인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프로그램만으로 꾸며진다. 러시아 최고의 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정통 차이코프스키 음악을 만날 수 있다. 첫날인 12일에는 강렬한 타건의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가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연주하고 볼쇼이 극장의 대표적인 성악가 예카테리나 셰바첸코와 앤드루 굿윈이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오를레앙의 처녀''스페이드의 여왕''이올란타'의 아름다운 아리아로 멋진 갈라 무대를 선보인다.
13일에는 '로미오와 줄리엣' 서곡을 시작으로 첼리스트 조영창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 펼쳐진다. 마지막 곡은 차이코프스키가 죽기 직전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과 초연한 '교향곡 6번-비창'.관람료는 4만~15만원으로 양일 음악회 입장권을 모두 구매하면 한 회에 한해 40%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02)580-1300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