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中企지원 '정책 따로 현장 따로' 안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제때 되느냐, 제대로 되느냐 이 두 가지가 중요하다. "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안산 반월공단에서 열린 '중소기업 현장 대책회의'에서 중소기업 지원은 바닥까지 흘러 내려오는 게 관건(關鍵)이라면서 강조한 말이다. 핵심을 제대로 짚었다고 본다.

어제 금융위원회 등 9개 부처는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권의 대출을 독려하기 위해 신·기보 부분보증비율을 95%로 확대하고, 프라이머리(P-CBO)를 통해 3조원의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아울러 납품 즉시 현금이 지급되는 약 9조원의 공공구매 확대방안도 내놨다. 중소기업 자금사정이 대단히 심각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대책들인 만큼 이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제때, 제대로 집행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실 그동안 정부가 여러가지 중소기업 대책들을 발표했지만 그 때뿐 중소기업들은 현장에서 체감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해 왔던 것이 어제오늘이 아니다. 정책이 겉돌고 있다는 얘기다. 유동성 문제만 해도 그렇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했던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방안의 실적을 보고하면서 중기유동성 지원프로그램이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증거로 지난 7일 기준으로 13개 은행에서 KIKO 등 통화옵션 손실기업 118개 등 145개 기업에 총 2890억원의 중기자금을 지원했다고 말했지만 전체로 보면 아직도 수많은 중소기업들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실제로 정부가 언제 그런 정책을 내놨냐는 듯 은행들은 중소기업에 대해 신규대출은커녕 기존대출마저 회수하겠다고 하고,수출 중소기업들의 수출환어음 매입이나 신용장 개설 요구도 거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은행들로서는 BIS비율 하락 우려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일련의 조치들이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대책에 대해서도 중소기업들은 반신반의(半信半疑)하고 있다.

튼튼한 중소기업들조차 도산이 불가피하다면 실물경제 침체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을 위해 가능한 모든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현장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자금사정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