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車업계 '처절한 생존 몸부림'

경기침체와 신용위기 영향으로 세계 자동차시장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글로벌 차 메이커들이 처절한 생존 경쟁에 돌입했다.

판매 감소 추세에 맞춰 생산라인을 일부 폐쇄하고 대규모 감원에 들어가는가 하면 파산 위기에 몰린 미국 '빅3'는 정부에 금융 지원을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유력 업체들 간 인수·합병(M&A) 및 제휴 등을 통해 세계 차시장이 급속히 재편될 것으로 예상했다.
◆생존이 지상과제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 '빅3'는 외부 유동성 공급이 없을 경우 내년 1분기 중 파산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의 구제금융 지원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도 자동차산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적극적인 지원을 검토하도록 인수위팀에 지시한 상태다. GM은 최근 미시간 등 3개 공장을 폐쇄하고 임직원 4000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크라이슬러는 차산업 장기 불황에 대비하기 위해 연말까지 전체 사무직원의 25%인 50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대형 차종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감산에 돌입했다. 도요타는 북미 대형차 전용 공장을 3개월간 가동 중단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일본 규슈 공장에서도 올 생산계획을 44만대에서 37만대로 줄이기로 했다. 도요타는 이 공장의 비정규직 사원 500여명에 대한 재계약을 보류했다. 닛산은 미국 수출용 대형 승용차를 생산하는 도치기 공장과 규슈 공장 등 두 곳에서 11월부터 내년 3월까지 5개월간 생산량을 20~30%씩 줄이기로 했다. 감산 대수는 2개 공장에서 약 6만5000대에 달한다. 이 밖에 유럽 최대 자동차업체인 폭스바겐은 생산 급감을 이유로 올해 말까지 독일 공장의 계약직원 중 20%를 정리하기로 하는 등 유럽 차 메이커도 원가 절감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자동차 지원책 마련

2000년 이후 고속 성장을 해온 중국 자동차업계도 판매난으로 급제동이 걸리며 차 메이커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토종 메이커인 치루이자동차가 종업원 6000명 해고를 결정한 것을 비롯,창안마쓰다 둥펑닛산 등이 잇따라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광둥성의 닛산자동차 공장은 생산을 10%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도 지원책 마련에 착수했다. 중국 경제일보는 정부가 자동차매입세를 면제하고 하이브리드카 개발업체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택시 버스 등 공공 차량과 정부 차량의 90%를 친환경 차량으로 교체,돌파구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호주 정부도 10일 국내 자동차업계 보호를 위해 무려 62억호주달러(약 5조7000억원)를 지원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호주 정부는 당초 30억호주달러(2조70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으나 상황의 긴박성을 감안해 이처럼 지원 규모를 두 배로 늘렸다.

뉴욕=이익원/베이징=조주현/도쿄=차병석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