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국 - 오바마 시대] 오바마 '하이브리드 정치' 초당적 인재등용 나선다


이매뉴얼 "공화ㆍ무당파 등 아우르는 내각 구성"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민주당이나 공화당 등 당적에 구애받지 않고 유능한 인물을 끌어들이는 초당적 '하이브리드' 정치를 추진하고 있다. 차기 오바마 정부의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에 내정된 램 이매뉴얼 하원의원은 9일 "오바마 당선인의 경력을 보면 알겠지만 그는 일리노이 주의회에서나 상원에서나 초당적인 정치활동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오바마 정부의) 도전 과제가 너무 크기 때문에 민주와 공화 양당은 물론 무당파의 능력 있는 인물들이 보건 에너지 조세개혁 교육문제 등과 관련해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의 인사 파일에 여·야를 아우르는 인물들이 포함됐음을 시사했다.

존 포데스타 정권인수팀장도 이날 "오바마 당선인이 공화당과 무당파 인물까지 다양하게 포진시키는 거국내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상원의 민주당 원내대표인 해리 리드 의원은 현 부시 정권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을 거명,"그는 등록된 공화당원이 아니다"며 "우리가 그를 유임시키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차기 행정부의 각료 후보군에는 게이츠 이외에 공화당 출신들의 이름이 많이 오르내린다. 국무장관이나 국방장관 후보에는 척 헤이글,리처드 루가 상원의원이 포함됐다. 대선 막판에 오바마 지지를 선언했던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이 외교 관련 정부 위원회에서 한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공화당 소속인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 역시 에너지 장관직에 기용될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 재무장관 후보로 하마평이 돌고 있는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연방준비은행(FRB) 총재는 무당파로 분류된다. 오바마 당선인이 새로운 정치 실험에 나선 것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와 이라크 전쟁·아프가니스탄 대테러전이라는 두 가지 전쟁을 떠안고 집권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의회 선거에서 상·하 양원의 과반수를 각각 장악했지만 부시 행정부와 달리 일방통행식 정치는 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동시에 당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정치 에너지를 최대로 결집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얻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오바마 당선인도 자신의 저서 '버락 오바마,담대한 희망'을 통해 "정치는 공유하는 현실에 바탕을 두고,공동의 목표를 서로 설득하는 능력에 좌우된다"고 일찍이 밝혀왔다. 변화를 기치로 내세워 당선된 만큼 탕평인사를 통한 그의 하이브리드 정치는 "정치도 달라질 수 있다"는 지론을 실천하려는 일환으로 읽힌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