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구매 현금지급 3조 늘리고 선급금 비율 70%까지

한계상황 中企에 돌파구 열릴까

정부가 10일 '중소기업 현장대책 회의'를 통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한 것은 글로벌 유동성 위기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가 그만큼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에 이은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한계 상황'에 내몰리는 중소기업이 갈수록 늘고 있는 실정이다. ◆한계 상황에 몰린 중기

경기 시화공단에 있는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인 A사는 요즘 일주일은 일하고 일주일은 노는 '휴업모드'에 돌입했다. 거래처인 휴대폰 부품 가공 업체들의 주문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탓이다. 이 회사의 자금담당 이사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4억원의 대출을 은행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이대로는 3개월도 버티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나마 동(銅)도금 전문인 이 회사는 사정이 나은 편.금(金) 도금 업체인 안산의 한 휴대폰 부품업체 사장은 최근 300억원의 부도를 내고 잠적해 버렸다. 인근 회사 관계자는 "공장을 돌릴수록 적자인데 최근 납품대금으로 받은 매출 1000억원짜리 중견기업 어음까지 은행들이 할인을 안 해주니까 마지막 선택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인조마루 업체인 파주의 B사는 3개 생산라인을 조만간 1.5개로 줄이고 인력을 25% 정도 구조조정하는 내용의 '생존형' 경영전략을 최근 세웠다.

회사 관계자는 "거래가 끊길까봐 (납품가격을 올려달라는) 말도 못 꺼내고 있는 형편"이라며 "올해는 이사 가는 사람까지 줄어 가을철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이 죽을 쑤면서 매출이 60%나 감소했다"고 말했다.

◆정부,공공구매 확대 등 대책 마련이 같은 위기국면을 맞아 정부는 공공구매를 확대하는 등 중기 활성화 대책을 세웠다. 조달청은 공공기관이 지불할 납품대금을 현금으로 대신 주는 대지급 규모를 지금보다 3조3000억원 늘리고 선급금 비율도현재의 2배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대지급 제도를 활용하면 공공기관에 납품한 중소기업의 수금 기간이 최장 14일에서 4시간 정도로 단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납품계약서만으로 최대 80% 이상 대출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론'도 기업.우리.하나은행에서 전체 시중은행으로 확대된다. 특히 조달청과 중소기업청은 공사용 자재의 분리 발주 품목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납품 규모가 지금보다 10배 정도 늘어난 연간 2조6000억원 정도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조달청 관계자는 "납품대급 대지급,선금 지급 확대와 분리구매 확대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공공구매 시장 판로가 지금보다 8조1000억원 정도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기청은 대학 내 창업집적지역 및 창업보육센터(BI)에서 공장 설립 시 지자체장을 거쳐야 했던 공장 설립 및 제조시설 승인 절차를 간소화해 통상 20여일 정도 걸리던 절차를 4일로 단축해줄 방침이다. 또 교수와 연구원에게만 허용하고 있는 이른바 '실험실 창업'도 내년부터 이공계 석.박사 학생까지로 확대하기로 했다. 210억원 규모의 '실험실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이들의 창업 아이템 발굴 및 회사 설립,상품 제작,판로 개척 등 창업과 관련된 전 과정에 걸쳐 지원해줄 계획이다.

이관우/이정선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