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신도시 '상가 물딱지' 기승

인터넷서 버젓이 불법전매…이중계약 등 낭패 볼수도

판교 동탄 광교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지구에 성행했던 속칭 '상가 물딱지' 불법 전매가 최근 위례신도시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상가 물딱지'는 택지지구에서 살았던 이주자(원주민)들에게 생활보호차원에서 공급되는 상가개발용지를 받을 수 있는 권리다. 일종의 상가분양권.

지난해 판교에서도 상가용지 공급대상자가 확정되지 않은 단계에서 불법 전매가 기승을 부려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상가개발이 지연되는 등 후유증을 낳았다.

◆"두 배 수익 보장" 유혹하기도

10일 상가정보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8월 송파신도시 계획이 위례신도시로 확정되고 개발에 속도가 붙으면서 이주자용 생활대책용지에 대한 '상가딱지' 인터넷 광고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다음 등 주요 포털에서는 현재 '위례신도시 상가 투자'라는 키워드만 치면 위례 신도시 이주자용 상가 투자를 권유하는 블로그나 카페들이 우수수 쏟아진다.

이들 블로그들은 '2000만~7000만원의 소액투자로 두 배 이상 수익이 보장된다' 등의 문구로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C컨설팅이란 이름으로 블로그를 개설한 한 중개사는 "사이트를 통해 하루 평균 4~5명의 투자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위례신도시 사업이 초기인 만큼 평균 4000만~5000만원이면 이주자 명의를 구입할 수 있다"고 당당히 투자를 권했다.

이들 블로그는 대부분 송파구 문정동 등 위례신도시 예정지 주변 중개업소들과 물딱지 전매를 전문으로 하는 '떴다방(이동 중개업소)'들이 개설한 것이란 게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원주민 생활대책 아직 확정 안돼

인터넷 블로그 등의 안내에 따라 성급하게 투자에 나서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토지공사 관계자도 "아직까지 원주민 생활대책용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된 게 없다"며 "중개업자들의 말만 믿고 '묻지마 투자'에 나서면 '이중·삼중 계약'에 휘말릴 수도 있고,나중에는 상가용지 분양권 자체를 못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위례신도시는 앞으로 최소 2~3년은 지나야 생활대책용지에 대한 윤곽이 잡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원주민 생활대책용지 공급대상은 택지개발지역 내에서 농사를 짓거나 자영업 등을 했던 주민들이다. 공급면적 기준은 20~27㎡(6~8평) 선이고 시세보다 싼 감정평가금액으로 공급된다. 전매는 원주민이 분양계약체결 이후 소유권 이전 등기 때까지 단 한 차례만 가능하다. 따라서 이전의 거래는 엄밀히 보면 존재하지도 않는 권리를 사고파는 불법행위다.

박영신 기자 yspark@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