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신용평가사 피치를 믿습니까?

'마이너' 신용평가사 피치를 믿습니까?
세계 3대 신용 평가사인 피치사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데 대해 국내 대표증권사들이 정면반박했다. 향후 국가신용등급이 부정적일 수 있는 국가는 오히려 미국과 유럽이 아니냐며 되물었다.

11일 삼성증권은 피치사의 국가 신용등급 '부정적' 하향 조정은 한 마디로 '악재가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미 사전에 지적된 이슈들을 재탕한 것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한국은 국제신용평가기관의 평가보다 영향력이 몇 배는 더 강할 수 있는 미국 FRB와 달러스왑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이 증권사는 또 피치사가 지적한 은행의 건전성 악화에 대해 "은행의 유동성 부족 문제로 치자면 한국보다 유럽이나 미국이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직도 FRB와 ECB의 무제한적 유동성 공급이 없다면 당장 연명해 나가기도 어려운 곳이 선진국 금융기관이라고 꼬집었다.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평가다. 삼성증권은 "과거 외환위기 당시 우리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지만, 이제는 외화자산을 2400억 달러나 보유한 국가"라며 "피치사의 경고를 완전히 무시해서도 안되겠지만, 이제는 좀 자신감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대우증권도 이날 분석보고서를 통해 '피치사가 피치를 너무 올렸다'고 반박했다.

이 증권사는 "국가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정확한 기준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피치사가 신용평가 시장에서 '마이너' 업체라는 사실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같은 점은 주식시장의 선진증시 편입 여부를 결정하는 MSCI와 FTSE의 사례를 보더라도 그대로 적용된다"며 "상대적으로 열세인 FTSE는 선진 증시의 편입을 결정함에 있어 MSCI에 비해 항상 탄력적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세계 3대 신용 평가사 가운데 피치사의 신용등급 조정 변동성이 가장 커 신뢰를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과거 외환위기를 전후로 한 신용등급 과정에서도 S&P사는 당시 한국의 신용등급을 4차례에 걸쳐 10단계 하향하는 동안 피치사는 무려 12단계나 하향한 바 있다며 평가절하했다. 무엇보다 현재 한국증시는 국가 신용등급과 선진/이머징 구분, 그리고 밸류에이션의 국가간 비교에서 거의 균형 수준에 위치하고 있으며, 한국은 과하지 않은 신용등급을 받고 있다고 이 증권사는 강조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