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 부동산시장] 각종규제 사실상 '무장해제'‥개포 주공·대치 은마 재건축사업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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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광효과 확실…전문가들 "매수는 신중해야"
서울 강남권 등 재건축 아파트 밀집지역은 정부의 규제완화 발표로 사업추진에 탄력을 받은 모습이다. 재건축 아파트의 대명사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물론 개포주공 가락시영 잠실주공5단지 등 대표적 재건축 단지들은 저마다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임대아파트를 일반분양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주고 아파트를 높게 지을 수 있게 된 것은 재건축 조합 입장에서 호재가 분명하다. 매물 호가도 올라가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문제는 아직까지 매수세가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주택시장 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데다 향후 경기 전망도 밝지 않은 탓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에 따르면 내년도 집값과 땅값은 적어도 5% 많으면 1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가 주택규제 '대못'을 뽑아내고 있지만 '약발'이 먹히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동안 재건축 아파트값이 급락했기 때문에 저가 매수를 노리는 사람이 움직이면 일시적 반등장이 나타날 수 있다"며 "시장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단지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끄는 단지는 은마아파트다. 은마아파트는 주택형별로 급매 호가가 5000만원 정도 올랐다. 102㎡형은 7억원대 매물이 사라졌고 112㎡형도 10억5000만원 이상에 호가된다.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시공 주관사인 삼성물산에 새로운 규제를 적용한 사업계획안을 재검토해주도록 의뢰했다. 8·21대책으로 안전진단이 한 번으로 줄었고 후분양도 가능해지기 때문에 사업을 빨리 추진할수록 유리하다. 은마아파트는 용적률이 210%여서 1 대1 재건축이 불가피했지만 용적률을 법정 상한선인 300%까지 올릴 경우 수 백가구의 일반 분양이 가능해진다.
강남권에서 가격 하락폭이 가장 컸던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도 눈길을 끈다. 잠실주공5단지는 115㎡형이 한때 12억원을 호가했지만 최근 들어 8억원대 급매까지 나오는 '수모'를 당했다가 11·3대책 이후 9억원대를 회복했다. 소형주택·임대주택 의무비율과 분양가 상한제 등 때문에 사업진행이 사실상 중단됐으나 최근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용면적 60㎡형 이하 소형을 전체 가구 수의 20%를 짓게 되면 일부 조합원들은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야할 판이었다. 하지만 규제가 완화되면서 사업추진에 속도를 올린다는 전략이다.
마찬가지로 용적률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송파구 가락시영 아파트도 사업재개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일반분양 물량이 거의 없어 관심에서 멀어졌고 일부 조합원의 반발로 업무정지까지 당하면서 집값이 급락했지만 최근에는 사정이 바뀌었다. 가락시영 56㎡형 1차의 경우 5억원 초반 매물이 나왔지만 지금은 호가가 소폭 올랐다. 용적률을 높이면 일반분양 아파트가 늘어나 조합원 분담금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구 수만 1만채를 넘는 강남구 개포주공 역시 규제 완화 후광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주공1단지는 용적률이 177%에 불과해 서울시에 상향조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아파트다. 용적률이 최대 250%(2종 일반주거지역 한도)까지 높아지면 수익성이 크게 좋아진다. 주공1단지는 용적률만 높여주면 언제든지 사업추진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해 온 터라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호가는 열흘 전보다 3000만~5000만원 올랐다. 42㎡형이 6억원 중반,59㎡형이 13억원 안팎이다.
서울시 5대 저밀도 지구 가운데 유일하게 재건축 대열에서 뒤처진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도 관심 단지다. 반포주공1단지 3개 주택지구 가운데 105~204㎡형으로 구성된 1주구와 2주구는 반포주공3단지(반포자이)와 반포주공2단지(반포래미안)가 조만간 입주에 들어가는데도 소형 주택 의무비율로 인해 사업 진행이 어려워 규제 완화만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희망이 생겼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건축 아파트가 규제 완화 후광효과를 확실히 입을 것이라는 사실에 입을 모은다. 다만 단기간에 시장이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스피드뱅크 김응경 팀장은 "용적률을 높여준다고 해도 분양가 상한제라는 벽이 여전하고 주택시장 침체가 오래갈 수 있다"며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살아나기 전까지 매수에 나서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민간 주거환경연구원은 용적률이 증가한다고 해도 조합원 이익 환수 등으로 이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