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임시 휴업 앞둔 GM대우 부평공장 … 직원들 "신차효과 맛보지도 못했는데…"

부품사 "이미 주문한 원자재 어떡하나"

글로벌 판매 부진으로 2주가량 휴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고된 GM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 부평공장의 겉모습은 예상보다 차분해 보였다. 다음달 22일께부터 휴업이 시작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진 12일 주력 공장인 이 곳 생산라인은 모두 정상 가동됐고 점심 때 밖으로 외출한 직원들의 표정도 어둡지 않았다. GM대우 점퍼를 입은 한 직원은 "친구나 친인척들로부터 걸려온 안부전화가 많았을 뿐 평소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 외부 방문자 출입통제 강화

하지만 공장 내부 분위기는 사뭇 달라보였다. 회사측은 이날 외부 방문자의 공장 출입을 평소보다 훨씬 엄격하게 통제했다. 홍보실 관계자는 "휴무 일정이 최종 정해지지 않았는데,너무 커져버린 사회적 관심을 진정시키고 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출입통제를 강화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GM대우는 생산물량의 최대 95%를 GM계열인 시보레 브랜드 등으로 수출하고 있지만 최근 동·서유럽 시장과 미국 시장 판매가 급감하면서 어려움이 커지자 임시 휴무라는 고육책을 내놓았다.

지난 10월 수출물량이 전년 동월 대비 11.5%나 줄어든 데 이어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는 지금 흐름상 적어도 연말까지는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소형차 판매는 그래도 선전하고 있지만 GM 본사의 위기가 시보레 브랜드 입지 약화로 이어지면서 GM대우 생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생산직 직원은 "아무래도 어수선한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수출 물량이 줄어드는 걸 아니까 임시 휴업을 대체로 이해하는 분위기"라며 "문제는 언제 정상화될 것이냐인데 2∼3개월에 걸친 장기 휴업을 걱정하는 쪽도 있다"고 말했다. # 중·대형차 라인 "더 걱정"

그는 이 점에서는 "공장별 체감도에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경차 마티즈를 만드는 창원공장과 준중형차 라세티를 생산하는 군산공장,소형차 젠트라와 젠트라X를 조립하는 부평1공장은 연말 휴업을 말그대로 '임시' 조치로 받아들이는 반면 중형차 토스카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윈스톰을 생산하는 부평2공장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걱정이 많다는 것.글로벌 자동차 수요 위축이 중·대형차 및 SUV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무직 직원들도 뒤숭숭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직원은 "사무직원에 대해서도 유급 휴가(리프레시 휴가) 도입이 검토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대체로 분위기가 어둡다"고 말했다. 부품 협력업체들은 초비상 상태다. GM대우에 부품을 납품하는 일부 협력사 사장들은 이날 긴급 모임을 가졌고 주물부품을 공급하는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회원사들도 회의를 열어 대책을 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GM대우 1차 부품협력사 모임인 협신회 최범영 회장(이원솔루텍 대표)은 "6개월 전에는 알려줘야 대비를 할 수 있는데 갑자기 휴업에 나선다고 하니 대책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부품을 만들 원자재는 이미 발주해 놨는 데 지금 와서 전격적인 감산에 들어가면 결제자금은 어떻게 마련하냐"며 "신용도 낮은 회사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전했다.

# 인근 상인들 "매출 줄까" 한숨

부평공장 인근 상인들의 걱정도 컸다. 공장 근처에서 추어탕집을 경영하는 박금숙씨는 "연말 휴업 얘기가 나와서 걱정이 많다"며 "주변 상인들도 다 마찬가지"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런 가운데서도 GM대우의 다른 생산직 직원은 "너무 어둡게만 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준중형차 라세티 프리미어가 내년 초 본격 수출을 시작하는 만큼 그때쯤이면 분위기가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는 쪽도 많다"고 소개했다.

부평=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