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신정아' 파문 확산…카지노 대부 MGM미라지 회장 허위학력 드러나 퇴진

미국 상장사 중역들이 학력을 허위로 기재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카지노업계의 거물인 테런스 라니 MGM미러지 회장이 최고경영자(CEO) 직에서 사임하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배리 민코가 이끄는 사기발견연구소(FDI)는 최근 53개 상장회사 임원 358명의 학력을 조사했다. 이 결과 최소 7명은 학력을 고의로 조작하거나 잘못된 기재를 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위치정보시스템(GPS) 장비를 취급하는 트림블내비게이션의 데니스 워크맨 최고기술담당자(CTO) 약력에는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MIT 측은 워크맨이 이 학교에서 2학기 동안 물리학을 배운 것은 맞지만 박사 학위를 받은 적은 없다고 확인했다. 또 펩시아메리카스 회장 겸 최고관리자(COO)인 케네스 카이저의 약력에는 미시간주립대 인문학 학사 학위가 기재돼 있지만 실제로는 중퇴했으며,샘 박스 전 테트라테크 회장의 캘리포니아대 토목공학 학사 학위도 가짜로 드러났다.

WSJ는 이날 발표된 라니 회장의 CEO 직 사임도 학력 위조와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MGM미러지 측은 '일신상의 이유'라고 밝혔지만 WSJ의 학력 의혹 보도 직후 사임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의 이력서에는 남가주대(USC)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딴 것으로 나와 있지만 USC는 이를 부인했다.

반도체 세척용품을 생산하는 캐벗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전 정보관리책임자 제임스 드오니에스토도 허위 학력 문제가 불거지자 사임했다. 그는 1980년대 피츠버그대에서 정보학 학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돼 있지만,확인 결과 학위를 취득한 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밖에 나이트캐피털그룹의 로버트 라자로비츠 이사,헬릭스에너지솔루션스그룹의 오언 크라츠 CEO,라이프파트너스홀딩스의 해럴드 라푸스 이사 등도 학력을 조작하거나 위조한 것으로 지적됐다.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의 기업윤리전문가 모리스 슈바이처는 "지금까지 좋은 실적을 올려왔다는 이유만으로 중역들의 허위 학력에 눈을 감을 경우 기업 전체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