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부동산 시장 아직은 '안개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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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초까진 '현금지키기' 전략을
수익성 부동산 투자 팁▶ 2~3년 단기 소액투자땐 오피스텔이 '안성맞춤'
▶ 1억이상 초기자금 있다면 소형 아파트가 매력 더 커
▶ 상가 투자 실패 줄이려면 입지외 임차인 수완 봐야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사는 A씨(66)는 요즘 고민이 많다. 평생을 의사로 살았지만 작년에 정년퇴직을 하고난 뒤부터 마땅한 노후대책이 없어서다. 남은 재산은 약간의 저축과 105㎡(32평)형 집 한 채뿐.그나마 강남에 집을 갖고 있다는 것은 위안이다. 최근 주택시장 침체로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래도 10억원 안팎에서 시세가 형성돼 있다. 문제는 국민연금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소득이 없다는 것.때문에 A씨는 필요하다면 집을 줄이고 저축을 보태 상가나 오피스텔 같은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경기상황이 워낙 안 좋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애만 태우고 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현재 부동산 시장은 건설사 퇴출,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등 불확실성이 많아 쉽게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며 "내년 초까지는 당분간 현금을 지키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수익형 부동산은 주식이나 아파트와 달리 틈새 시장 역할을 해 왔는데 지난 두 달 동안 이들 시장이 급격히 붕괴되면서 자금이 흘러들어올 여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향후 국내외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금리가 연 4~5%대로 안정되면 다시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 대표는 투자해볼 만한 3대 부동산 상품으로 오피스텔과 소형 아파트,상가를 꼽고 상품별로 금액이나 입지,투자기간 등에 따른 차별화된 전략을 소개했다.
우선 오피스텔은 2~3년 정도 단기 소액 투자용으로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오피스텔은 최근 전매(매매) 규제가 완화된 데다 5000만원 정도의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다"면서도 "하지만 유지ㆍ관리비 부담이 커 노후화 될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게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도심 역세권 지역에서 신규 분양되거나 준공된 지 얼마 안 된 오피스텔을 골라 2~3년 정도 보유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소형 아파트의 경우 오피스텔보다는 투자 가치가 더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피스텔은 임차인이 자주 바뀌는 데다 빌트인 가구나 냉ㆍ난방시설 등을 갖추고 정기 수선까지 해줘야 한다. 이에 반해 소형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수요가 안정적이고 유지ㆍ관리 부담도 적다. 장기간 보유하더라도 재건축 등 개발호재에 따라 시세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선 대표는 "최근 각종 재건축ㆍ재개발로 인해 소형 아파트 재고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많이 올라 최소 1억원 이상의 초기 투자자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상가는 오피스텔이나 소형 아파트에 비해 따져봐야 할 게 많은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투자 가능금액도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까지 다양하다.
선 대표는 "외환위기 이후 고용 불안으로 직장에서 밀려난 창업자들이 주로 상가 시장을 떠받쳐왔다"며 "점포 수의 경우 매년 40만개가 문을 닫고 50만개가 새로 생겨나 전체적으로 10만개씩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들어 같은 위치에서 업종이나 간판이 계속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며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신규 창업자들이 상가 시장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차인이 자주 바뀌어 회전율이 높으면 거래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선 똘똘한 임차인을 잡는 게 관건이라고 선 대표는 귀띔한다. 그는 "상가 투자에서 입지나 경기상황보다 더 중요한 요소는 바로 임차인"이라며 "실제 투자에 앞서 임차인의 지불능력과 경영수완 등을 살펴보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왜곡돼 있는 상가 분양 시장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그는 "시행사나 분양 대행사가 눈앞의 이익을 위해 가격을 크게 높이고 지분을 잘게 쪼개 팔아치우는 데만 급급해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전체적인 상권 활성화도 안되고 수요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상가시장이 '선임대-후분양' 방식으로 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선 대표는 '장사꾼' 출신이다. 수많은 실전 경험을 통해 '내공'을 쌓았다. 학창 시절 집안이 사기를 당해 어렵게 학업을 마친 그는 척추수술의 후유증으로 군입대를 면제받았다. 1992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단돈 800만원을 종잣돈으로 삼아 경기도 광명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책방 문구점 슈퍼마켓 등 다양한 업종을 거치면서 4년 뒤인 1996년에는 자금을 10억원으로 불렸다. 30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거둔 성공이었다. 임차인의 중요성을 유독 강조하는 것도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경기도 광명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문구점을 할 때였다. 하루는 한 여성이 들어와 도장을 파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일반적인 문구점 주인이라면 '할 수 없다'며 그냥 돌려보냈겠지만 선 대표는 달랐다. 그는 정가인 3000원보다 1000원이 싼 2000원에 해줄 테니 시간을 좀 달라며 손님을 붙들었다. 가격을 깎아주겠다는 데 손님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선 대표는 곧바로 구청 앞으로 가서 당시 널려 있던 도장 가게들 중 한 곳에 들어갔다. 거기서 주인에게 앞으로 정기적으로 주문을 할 테니 개당 1000원에 도장을 공급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도장집 주인 역시 흔쾌히 승낙했다. 이런 선 대표의 경영수완 때문에 경쟁관계에 있던 주변 문구점 7곳 중 5곳이 얼마 못가 문을 닫기도 했다.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의 시각에서 보면 길이 열린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선 대표도 실패의 쓴맛을 본 적이 있다. 과거의 성공 자신감에 힘입어 부동산 개발사업과 투자에 나섰다가 두 차례나 크게 실패했다. 하지만 거기서 주저앉지 않고 2005년 상가 정보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상가뉴스레이다를 창업,3년 만에 업계 선두권에 올려놓았다. 선 대표는 "아직까지도 상가 정보가 효율적으로 유통되고 있지 않다"며 "앞으로 벤처캐피털 등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을 유치해 사업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수익성 부동산 투자 팁▶ 2~3년 단기 소액투자땐 오피스텔이 '안성맞춤'
▶ 1억이상 초기자금 있다면 소형 아파트가 매력 더 커
▶ 상가 투자 실패 줄이려면 입지외 임차인 수완 봐야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사는 A씨(66)는 요즘 고민이 많다. 평생을 의사로 살았지만 작년에 정년퇴직을 하고난 뒤부터 마땅한 노후대책이 없어서다. 남은 재산은 약간의 저축과 105㎡(32평)형 집 한 채뿐.그나마 강남에 집을 갖고 있다는 것은 위안이다. 최근 주택시장 침체로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래도 10억원 안팎에서 시세가 형성돼 있다. 문제는 국민연금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소득이 없다는 것.때문에 A씨는 필요하다면 집을 줄이고 저축을 보태 상가나 오피스텔 같은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경기상황이 워낙 안 좋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애만 태우고 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현재 부동산 시장은 건설사 퇴출,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등 불확실성이 많아 쉽게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며 "내년 초까지는 당분간 현금을 지키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수익형 부동산은 주식이나 아파트와 달리 틈새 시장 역할을 해 왔는데 지난 두 달 동안 이들 시장이 급격히 붕괴되면서 자금이 흘러들어올 여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향후 국내외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금리가 연 4~5%대로 안정되면 다시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 대표는 투자해볼 만한 3대 부동산 상품으로 오피스텔과 소형 아파트,상가를 꼽고 상품별로 금액이나 입지,투자기간 등에 따른 차별화된 전략을 소개했다.
우선 오피스텔은 2~3년 정도 단기 소액 투자용으로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오피스텔은 최근 전매(매매) 규제가 완화된 데다 5000만원 정도의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다"면서도 "하지만 유지ㆍ관리비 부담이 커 노후화 될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게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도심 역세권 지역에서 신규 분양되거나 준공된 지 얼마 안 된 오피스텔을 골라 2~3년 정도 보유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소형 아파트의 경우 오피스텔보다는 투자 가치가 더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피스텔은 임차인이 자주 바뀌는 데다 빌트인 가구나 냉ㆍ난방시설 등을 갖추고 정기 수선까지 해줘야 한다. 이에 반해 소형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수요가 안정적이고 유지ㆍ관리 부담도 적다. 장기간 보유하더라도 재건축 등 개발호재에 따라 시세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선 대표는 "최근 각종 재건축ㆍ재개발로 인해 소형 아파트 재고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많이 올라 최소 1억원 이상의 초기 투자자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상가는 오피스텔이나 소형 아파트에 비해 따져봐야 할 게 많은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투자 가능금액도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까지 다양하다.
선 대표는 "외환위기 이후 고용 불안으로 직장에서 밀려난 창업자들이 주로 상가 시장을 떠받쳐왔다"며 "점포 수의 경우 매년 40만개가 문을 닫고 50만개가 새로 생겨나 전체적으로 10만개씩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들어 같은 위치에서 업종이나 간판이 계속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며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신규 창업자들이 상가 시장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차인이 자주 바뀌어 회전율이 높으면 거래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선 똘똘한 임차인을 잡는 게 관건이라고 선 대표는 귀띔한다. 그는 "상가 투자에서 입지나 경기상황보다 더 중요한 요소는 바로 임차인"이라며 "실제 투자에 앞서 임차인의 지불능력과 경영수완 등을 살펴보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왜곡돼 있는 상가 분양 시장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그는 "시행사나 분양 대행사가 눈앞의 이익을 위해 가격을 크게 높이고 지분을 잘게 쪼개 팔아치우는 데만 급급해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전체적인 상권 활성화도 안되고 수요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상가시장이 '선임대-후분양' 방식으로 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선 대표는 '장사꾼' 출신이다. 수많은 실전 경험을 통해 '내공'을 쌓았다. 학창 시절 집안이 사기를 당해 어렵게 학업을 마친 그는 척추수술의 후유증으로 군입대를 면제받았다. 1992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단돈 800만원을 종잣돈으로 삼아 경기도 광명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책방 문구점 슈퍼마켓 등 다양한 업종을 거치면서 4년 뒤인 1996년에는 자금을 10억원으로 불렸다. 30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거둔 성공이었다. 임차인의 중요성을 유독 강조하는 것도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경기도 광명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문구점을 할 때였다. 하루는 한 여성이 들어와 도장을 파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일반적인 문구점 주인이라면 '할 수 없다'며 그냥 돌려보냈겠지만 선 대표는 달랐다. 그는 정가인 3000원보다 1000원이 싼 2000원에 해줄 테니 시간을 좀 달라며 손님을 붙들었다. 가격을 깎아주겠다는 데 손님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선 대표는 곧바로 구청 앞으로 가서 당시 널려 있던 도장 가게들 중 한 곳에 들어갔다. 거기서 주인에게 앞으로 정기적으로 주문을 할 테니 개당 1000원에 도장을 공급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도장집 주인 역시 흔쾌히 승낙했다. 이런 선 대표의 경영수완 때문에 경쟁관계에 있던 주변 문구점 7곳 중 5곳이 얼마 못가 문을 닫기도 했다.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의 시각에서 보면 길이 열린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선 대표도 실패의 쓴맛을 본 적이 있다. 과거의 성공 자신감에 힘입어 부동산 개발사업과 투자에 나섰다가 두 차례나 크게 실패했다. 하지만 거기서 주저앉지 않고 2005년 상가 정보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상가뉴스레이다를 창업,3년 만에 업계 선두권에 올려놓았다. 선 대표는 "아직까지도 상가 정보가 효율적으로 유통되고 있지 않다"며 "앞으로 벤처캐피털 등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을 유치해 사업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