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글로벌 설비경쟁 끝난다 ‥ 자금줄 마르고 수요 위축

"減産만으론 안심 못한다" … 광산업체도 생산위축 한파

대규모 감산에 들어간 해외 철강업체들이 설비투자 계획마저 줄줄이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다。글로벌 금융위기로 투자재원 마련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경기침체로 한동안 철강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철강업체들을 움츠리게 만드는 요인이다。철강업체에 철광석 유연탄 등 원재료를 공급하는 해외 광산업체들은 감산을 통해 원자재 가격 하락을 막아보려 하지만 역부족인 모습이다。14일 로이터 등 주요 외신과 철강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아르셀로미탈은 내년 초부터 진행할 예정이던 대규모 설비투자 계획을 연기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아르셀로미탈은 향후 8년간 350억 달러(약 40조원)를 투자해 조강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었다。

오스트리아 철강업체인 푀스트알피네도 올해 12월 흑해 연안에 연간 생산량 500만t 규모의 제철소를 지으려던 계획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이집트 최대 철강업체인 EZZ 역시 2010년까지 조강생산량을 100만t 늘리려던 꿈을 접었고,그리스에 봉형강류와 후판을 생산하는 합작회사를 설립하려던 미국 철강회사 누코어도 주춤거리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끊임없이 생산량을 늘려왔던 중국 철강업체들도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안산강철은 200만t 규모의 후판(厚板)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무기한 연기했고,바오산강철은 1000만t 규모의 제철소 설립안을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철강업체의 투자 감소는 철광석과 유연탄 등을 공급하는 광산업체에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세계 3위 철광석업체 호주 리오틴토는 최근 철광석 생산량을 10% 줄이기로 했다。호주의 또 다른 광산업체인 포트스쿠메탈스도 비슷한 규모의 감산 계획을 짜고 있다。이들 업체가 철광석 수요 감소를 이유로 생산량을 감축하는 것은 2000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세계 최대 철광석 광산업체인 BHP빌리
턴은“현재로서는 감산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결국 동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철광석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해서는 생산량 감축이라는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호주 ANZ은행의 국제상품담당 연구원 마크 퍼번은“BHP빌리턴이 생산량 감축 결정을 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철광석의 국제 거래가격은 현재 t당 60달러(7만8000원)로 올 상반기에 비해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내년에는 더 큰 폭의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광산업체의 투자도 위축되는 양상이다。24억달러(약 32조원)를들여서호주필버라 지역에 2010년까지 2개의 새로운 철광석 광산을 개발하기로 했던 리오틴토는 투자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이종형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철광석과 유연탄 등의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원재료 재고가 철강업체의 잇따른 감산조치로 인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철강업체의 설비투자마저 지연되고 있어 철광석과 유연탄 가격이 하락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