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금융정상회의] 목소리 커진 신흥국 "이젠 G20이 주역"

IMFㆍ세계은행서 발언권 확대

이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세계경제의 중심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국가 그리고 일본이 참여하는 주요 7개국(G7)이나,여기에 러시아까지 참가하는 주요 8개국(G8)이 세계를 이끌어왔다면 앞으론 한국 중국 브라질 인도 등을 포함한 신흥국들이 포함된 G20 회의가 세계의 정치ㆍ경제적 질서를 좌우하게 되는 계기를 만든 셈이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제 신흥국 없는 정책결정은 무의미할 것"이라고 말했으며,뉴욕타임스는 "개도국들이 링 주변자리(Ringside)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한국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들이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 내에서의 발언권 확대를 약속받은 것에서 잘 드러난다. G20 공동선언문은 "국제금융기구에서 신흥국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하며,대표성도 커져야 한다"고 못박았다. 당장 국제금융시장 모니터링 기구인 금융안정포럼(FSF)의 회원국으로 신흥 개도국을 시급히 포함시켜야 한다고 명시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계기로 설립된 FSF는 현재 선진 7개국(G7)에 호주 싱가포르 홍콩 스위스 네덜란드가 추가로 참여하는 기구다. 선진국 위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력에 한계가 있어 국제 금융질서가 자연스레 다자협력체제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앞으로 G7보다는 한국 등 13개 신흥국이 포함된 G20 정상회의가 정례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 G7 회원국들은 이번에 자존심마저 접고 한국과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시장국들을 초청해 협조를 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G20의 첫 정상회의가 새로운 국가기구의 탄생을 위한 씨앗을 뿌렸다고 평가했다. IMF의 경우 재원 문제가 현실적인 배경이다. 10년 전 아시아 외환위기와 달리 이번 금융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구제금융의 수요가 천문학적으로 증가했다. 기존의 G7에 의존해왔던 IMF는 외환보유액이 많은 신흥국들의 도움이 절실해졌다.

그동안 IMF를 비롯한 국제금융기구는 미국과 유럽국가 일본의 독무대였다. 출연금 비율은 얼마 되지 않지만 기구 출범의 산파 역할을 했다는 기득권으로 모든 결정을 좌지우지해왔다.

다만 신흥개도국이 출연금을 늘린다고 해도 의결권이 제대로 배분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수십년간 국제기구들을 통해 세계금융시장을 지배해온 선진국들이 쉽게 패권을 내놓을 것으로 보기란 무리다. 따라서 향후 IMF 등 국제기구의 개혁과정에서 선진국과 신흥국 간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