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일의 法 테크] 삭풍부는 변호사업계

K변호사는 지난 5월부터 집에서 쉬고 있다. 대형 로펌 소속으로 파트너 승진심사에서 탈락된 게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앞으로 변호사 일은 그만둘 생각이다. 대신 대학교쪽을 알아보고 있다. 그는 "일감도 없는데 사건을 따와야 하는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변호사업계의 살벌한 분위기를 전했다.

법무부와 로스쿨협의회가 변호사시험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응시횟수 제한이나 시험과목 등을 놓고 논란이 한창이지만 사실 한가한 얘기다. 변호사업계는 지금 찬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체면 때문에 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대형 로펌 몇 군데를 빼면 대기업 직원보다 월급 수준이 낮은 변호사들이 수두룩하다. 해마다 경쟁자가 1000명씩 쏟아져 나오는 데다 돈이 되는 형사 사건은 전관 출신들이 곶감 빼먹듯이 채가기 때문에 판ㆍ검사를 거치지 않은 대다수 변호사들은 아우성이다. 변호사가 임금 문제로 사무장과 다투거나 변호사 사기사건이 심심찮게 불거지는 것도 대개 경제적 문제와 결부돼 있다고 보면 된다. 변호사 숫자를 1500명에서 3000명으로 늘리기 위해 미국식 로스쿨제도를 도입했던 일본이 로스쿨 정원 축소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이 결코 바다 건너 남의 일 같지 않다.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