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단 협약 가입 왜 부진한가] 건설사ㆍ금융권 서로 不信…참여업체 1곳도 없어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건설사가 가입을 꺼린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A건설사 K사장)

"금융회사가 지원을 한다고 해도 건설사들이 경영 간섭을 받기 싫어 기피하고 있어요. "(B은행 L부행장)17일로 예정됐던 대주단 협약 집단가입 1차 시한이 연장되는 등 파행을 겪자 지난 4월 건설사를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금융권의 자율 프로그램인 대주단 협약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권과 건설업계 모두 자신들의 입장에 치우쳐 일방적으로 추진하거나 해석하는 바람에 생산적인 구조조정이 난관에 봉착했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업계, "상생부 되려면 지원책 늘려라"건설업계는 대주단 가입 기피가 단순한 오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우선 가입 실효성이 미약하다는 점과 완전한 경영상태 노출로 자구노력이 한계에 부닥칠 것이란 불안감을 지적한다.

대형 건설업체인 K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대주단에 들어가는 순간 자발적 회생 노력은 불가능해지고,사실상 살생부에 오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금융권은 건설사들의 이런 밑바닥 심리를 감안해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권홍사 대한건설협회 회장은 지난 13일 금융기관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대주단 가입과 함께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 등의 만기연장,차환발행,브리지론 보증규모 확대,신규대출 등을 통한 과감한 회생 프로그램을 제공해달라"고 주장했다. 건설사들은 기업의 생사여탈권이 은행으로 넘어간다는 공포감이 크다. 특히 오너들은 경영권이 박탈될 것을 우려,끝까지 버티기를 하려고 한다는 것.자칫하면 실속도 없으면서 부실기업으로 낙인찍혀 외부 이미지만 악화돼 회생불능의 상태가 올 수 있다고 찜찜해 한다.

해외사업 추진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걱정도 만만찮다. 해외공사에서는 선수금을 받을 때 수출입은행이 보증을 서는데 대주단에 가입,이런 보증을 못받을 경우 해외 신규수주 등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불도저식 구조조정''건설사 이기주의' 모두 문제정부와 금융권은 건설업계와 건설프로젝트에 대한 특성을 무시하고 쫓기듯 협약가입을 밀어붙이는 바람에 건설사 반발이 크다. 회생 가능한 건설사들도 단순히 재무상태만 보고 퇴출될 수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주장이다. 대주단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제2금융권이 가세하면서 가입률이 93%까지 올라갔지만,건설업체들의 가입은 전무하다.

건설사들의 태도도 문제다. 시장 상황을 도외시한 무책임한 경영에 대한 반성과 자구노력은 소홀히 한 채,무턱대고 정부지원만을 요청하고 있는 것.자칫 구조조정의 시기를 놓쳐 '건설사발 국가경제 위기'를 자초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