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대주단 가입에 '공시 복병'

비밀유지 협약 불구 추가 대출받으면 공시해야

"대주단에 가입해서 신규 대출을 받으면 공시를 해야 한다는데 말이나 됩니까. 가입한 사실이 밝혀지면 채권자나 투자자들이 자금회수나 주식을 투매할텐데 누가 위험을 무릅쓰며 대주단에 가입하겠습니까. "(중견 상장 건설업체 A회사 관계자)

비밀보장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건설업체들이 대주단(채권금융기관협의체) 가입을 꺼리고 있는 가운데 대주단 가입 사실의 증권거래소 공시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건설업체와 대주단이 비밀보장 협약을 맺었더라도 해당 건설사가 공시를 해야 한다면 비밀유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대주단 가입 사실이 드러날 경우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될 것을 우려해 가입을 주저해왔다. 증권선물거래소나 코스닥에 상장한 건설사는 50여개사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주단에 가입해 채무기간을 1년 연장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유가증권발행 및 공시에 관한 규정에 따른 공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현행 유가증권발행 및 공시에 관한 규정 69조에서는 채권금융기관협의회와 경영정상화 계획의 이행을 위한 약정을 체결한 때는 공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주단 가입 자체는 공시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대주단에서 추가 대출을 받았을 때는 공시를 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신규 대출 과정에서는 은행권이 경영개선계획을 요구할 전망인데 이렇게 되면 공시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대주단 관계자도 "추가 대출시에는 공시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건설사와 대주단 간 비밀협약과 관계없이 대주단 가입 이후 추가 대출이 이뤄지면 공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건설업계는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비밀보장이 염려되는데 공시까지 해야 한다는 고민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