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생존의 키워드] LG ‥ '스몰 딜'로 경쟁력 높인다

중소형 회사ㆍ연관사업 M&A

LG그룹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실물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스몰 M&A(인수.합병)' 전략을 펴고 있다. 중소형 회사나 연관 사업부문을 흡수,조직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LG식 M&A'의 핵심이다. 아울러 생산라인을 수익성 위주로 재조정,불필요한 비용 요소를 줄이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환율과 금리변화에 따른 위험을 줄이고 일정 수준 이상의 유동성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며 "전체 조직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내실을 기할 수 있는 M&A와 신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LG식 M&A 원칙

LG그룹은 최근 코카콜라음료,코오롱 SAP(고흡수성수지) 사업,광고대행사 지투알 등을 잇달아 사들였다. 세간의 이목을 끌 만한 대형 M&A는 없었지만 그룹 계열사들의 내실을 기하는 데는 상당한 도움이 됐다는 것이 LG그룹 측의 설명이다. LG그룹의 첫 번째 M&A 원칙은 자금조달의 안정성을 고려,적정한 투자로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M&A만 진행한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기에 '몸집 불리기'에 집착,대형 M&A에 유동성을 허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 LG그룹 지도부의 공통된 생각이다. LG그룹의 '돌다리 전략'은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국내 20대 그룹은 2005년 4월에서 올해 8월까지 계열사 숫자를 평균 38.9% 늘렸다. 반면 LG는 같은 기간 계열사 수가 38개에서 36개로 오히려 줄었다.

LG그룹 M&A의 또 다른 원칙은 '로 리스크,하이 리턴'이다.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 M&A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LG생활건강이 지난해 인수한 코카콜라음료가 이 원칙에 들어맞는 사례다. 코카콜라음료는 올해 1분기 4년 연속적자에서 벗어나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304억원을 거두며 순항하고 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과의 연관성도 철저하게 고려된다. LG생활건강의 코카콜라음료 인수는 전국 도.소매상 유통망의 확대,LG화학의 코오롱 SAP 사업 인수는 석유화학 분야 수직계열화 완성이라는 측면에서 기존 사업과 연결고리를 갖는다. ㈜LG가 광고대행사 지투알을 인수한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잠재성을 감안한 것이다. 효율적인 광고조직을 확보해 전 세계에 LG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게 LG그룹의 설명이다. LG그룹 관계자는 "LG식 M&A 원칙은 지금과 같은 불경기에 적합하다"며 "내년에도 '스몰 M&A'를 통한 조직 내실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생산라인 수익성 위주로 재편

LG전자는 경북 구미 공장의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A1라인을 태양전지 생산라인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10년까지 2200억원을 투자한다. 수익이 나지 않는 생산라인을 신사업에 활용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LG화학은 적자를 면치 못했던 대산공장 폴리에틸렌(LLDPE) 공정 라인을 고무와 플라스틱 성질을 모두 가진 엘라스토머(탄성중합체) 공정으로 전환,지난달부터 제품 양산에 돌입했다. 엘라스토머는 자동차 범퍼와 건물 차음재 등에 사용되는 소재로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LG디스플레이는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생산량을 시장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감산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또 4세대 이하 중소형 LCD 액정 공정을 액정주입 방식에서 액정적하 방식으로 전환하는 투자를 단행,재료비와 소요시간을 각각 5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엇비슷한 역할의 계열사들을 통합하는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조직의 군살을 빼기 위해서다. 전자부품업체인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은 올해 말까지 한 회사로 합병된다. LG데이콤과 LG파워콤의 통합작업도 곧 이뤄질 예정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