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디플레이션 공포에 뒤덮인 금융시장

코스피지수 1000선이 힘없이 붕괴되고 환율은 장중 달러당 1500원선까지 치솟았다. 한ㆍ미 통화스와프 협정체결을 계기로 안정되는 듯했던 금융시장에 패닉이 재연되는 기미가 완연하다.

금융 불안은 물론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 다우지수는 8000선이 무너졌고 유럽 아시아 증시도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경제위기가 지구촌 전체로 확산(擴散)된 때문임은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 경제가 내년엔 모두 마이너스 성장에 머물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은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졌다"는 공식 견해마저 내놓은 판이다. 특히 우리는 경쟁국들보다 통화가치가 훨씬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유독 불안이 더 심화되는 양상이어서 걱정을 깊게 한다. 외평채 가산금리가 오름세를 타고,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태국 말레이시아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해외투자자들이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 그만큼 우려하고 있다는 뜻에 다름아니다. 실제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실물경제 악화 추세는 예상을 훨씬 웃도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투입했거나 투입 예정인 원ㆍ달러화 자금이 무려 130조원을 넘고 있음에도 불안이 해소될 조짐이 없으니 더욱 답답하다. 우리 증시의 환금성이 양호한 탓에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국내 주식과 채권을 팔아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분석도 없지 않지만 최근의 양상은 그런 이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정말 이러다 금융불안 실물위축 기업부도 등이 맞물리며 우리 경제가 더욱 깊은 수렁에 빠져드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따라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재연되는 금융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우선 자금 경색을 푸는 게 무엇보다 시급한 만큼 더 많은 유동성(流動性)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면 공격적 금리인하도 마다해선 안된다. 금융권과 건설사들의 대주단 협약을 서두르는 등 산업구조조정의 속도도 한층 높여야 한다. 아울러 환율안정 등을 위해선 경상흑자 실현이 절실한 만큼 수출확대와 서비스수지 개선 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