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막힌 금융시장 여전히 '한파'] (신용경색 여전) 정책금리 내려도 시중금리는 '찔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최근 한 달반 만에 세 차례에 걸쳐 1.25%포인트 내렸지만 시중금리는 여전히 떨어지지 않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한 달 동안 연 5.0%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회사채는 오히려 0.5%포인트가량 올라 8% 후반대에서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은행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그나마 하향곡선을 긋고 있지만 아직까지 기준금리와의 격차는 1.5%포인트 가까이 된다. 시중금리가 정책금리 인하폭만큼 떨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은행들은 "현재의 금융시장이 유동성 경색이 아닌 신용위기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신용 위험도가 시장금리에 반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돈을 푼다고 해서 금리가 내려가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회사채 금리가 두 달여 동안 1.0%포인트 가까이 오른 것이 단적인 증거다. 회사채의 위험도가 높아졌고,기업들의 자금난이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한은이 채권시장안정펀드에 자금을 투입해도 기업들의 신용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회사채 금리는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기업들이 은행에 손을 벌리지만 은행들의 자금사정도 여의치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해외에서 돈을 구할 수 없게 되자 은행들도 8%대의 고금리 예금상품과 은행채를 찍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그나마 신용경색이 심화되고 발행물량이 급증하면서 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상태다. 최근에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7% 후반대의 후순위채를 대거 발행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시장에 돈이 돌지 않아 기업은 물론 은행들의 조달금리가 높아지면서 기준금리 인하라는 약발이 시장에서 전혀 먹히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자는 "연말 결산을 앞두고 자기자본비율도 맞춰야 하고 수익성도 높여야 하는 상황에서 대출에 따른 신용위험도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