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死 기로 씨티, 매각이냐 합병이냐

자산 일부 또는 전부 매각 검토
골드만삭스 등과 합병 가능성도


미국 2위 은행인 씨티그룹이 증권 시장의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다. 주가는 5달러 선 밑으로 떨어지면서 다우지수 폭락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씨티는 자산 일부 매각은 물론 타사와의 합병 등을 추진하는 등 대대적인 자구방안 마련에 착수했으며,뉴욕증권거래소(SEC)에는 주가 급락을 초래하는 공매도를 금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주가 4달러대로 추락

20일 씨티그룹 주가는 1.69달러(26.41%) 하락한 4.71달러를 기록했다. 1994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번 주 들어서만 하락률이 50%에 달했다. 2700억달러를 웃돌았던 씨티의 시가총액은 257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씨티의 주가 폭락은 JP모건체이스(―18%) 뱅크오브아메리카(―14%) 등 다른 금융사들의 주가를 끌어내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씨티가 이처럼 다시 위기에 몰린 것은 위험자산이 상대적으로 많아 앞으로 상당 기간 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된 탓이다. 씨티는 최근 4분기 동안 203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상당수 애널리스트들은 2009년 중 추가로 20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실 가능성이 커진 상업용 모기지(부동산담보대출)가 많은 데다 신용카드 사업 부문도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CNBC에 따르면 씨티의 상업용 모기지 비중은 전체 대출의 1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 세계로 확산되는 경기침체도 글로벌 사업 비중이 높은 씨티로서는 부담이다. 이런 우려로 씨티의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가 3.95%포인트로 치솟았다. 이는 씨티가 발행한 1000만달러의 부도위험을 막기 위한 파생상품을 사는 데 39만5000달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씨티는 지난달 25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고,이와는 별도로 2007년 이후 500억달러의 자본을 새로 확충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추가 자금 확보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케이스 데이비스 파밀러앤워싱턴 은행담당 애널리스트는 "자본을 얼마나 더 확충해야 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일단 주식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와코비아은행을 경쟁사인 웰스파고에 빼앗긴 이후 비크람 팬디트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의 리더십도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다.

◆대대적 구조조정 추진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씨티그룹이 사업 부문 일부 혹은 전체를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다. 스미스바니 주식중개 사업 및 신용카드 부문 등의 매각을 고려 중이지만,팬디트 CEO는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BC는 이날 다급해진 씨티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과 합병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씨티 인수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는 의미 있는 변화가 빨리 이뤄지는 것을 확신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씨티는 구체적인 자구 방안을 21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씨티는 최근 5만2000명을 추가로 감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씨티의 주요 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3억5000만달러를 투입,현재 4%인 지분율을 5%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왈리드 왕자는 "씨티의 사업구조가 탁월한 데다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소식에도 시장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못했다. 사지 카림 카나코드캐피털 투자상담가는 "씨티가 자력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공적자금을 추가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AIG에 이어 정부가 큰 부담을 떠안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