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日流제품 매출 '뚝' … 엔高로 고전

엔화 환율 폭등으로 인해 올 들어 불티나게 팔리던 각종 일본산 소비재가 가격이 급등하거나 수입ㆍ판매가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국내 소비가 위축돼 백화점,해외구매대행 쇼핑몰 등 일본 상품을 취급하는 유통업체들은 가격을 제때 올리지도 못한 채 판매 부진까지 겹쳐 울상이다. 원ㆍ엔환율은 지난 21일 100엔당 1584원까지 치솟아 작년 말(832원)보다 90% 급등했고 최저치였던 작년 7월9일(744원)에 비해선 113% 폭등했다. 최근 1년 새 수입가격이 두 배 안팎으로 뛰었다는 얘기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달부터 국내 주부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를 누렸던 일본제 '군(GOO.N) 기저귀'(사진)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엔고(高)로 뛴 수입단가를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신세계 측은 다음 달부터 군 기저귀를 종전(1만7000원)보다 28% 오른 2만3000원에 내놓을 계획이다. 일본산 장(醬)류,차(茶) 등 일부 제품도 판매가격이 종전보다 20~30%가량 올랐거나 매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기코망 간장'(1ℓ)이 6500원에서 8000원으로 23%,유아용 과자 '와코도 야채스틱크래커'(1봉)는 1900원에서 2500원으로 31.5% 각각 인상됐다. 한때 잘 나가던 '소우켄비차(爽健美茶)''이토엔(伊藤園) 녹차' 등 냉장 녹차류는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쳐 유명 브랜드 한두 곳을 제외하곤 대부분 수입이 유보된 상태다. 이종묵 신세계 해외식품팀장은 "예상보다 엔화가 급등해 부득이 가격을 인상하면서 고객 발길이 줄었다"며 "상반기 23.3% 늘었던 일본 식품 매출이 7~10월엔 8.6% 증가에 그쳐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의 수도권 7개점은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수입식품 매장의 90%를 일본 식품으로 채웠으나 이달 들어 일본 식품 비중을 50% 정도로 낮췄다. 일본 드라마 등 '일류(日流)' 열풍 덕에 인기가 높던 일본 초콜릿,라멘 등도 최근 가격이 10~20% 오르자 찾는 이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일본 잡화류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영플라자의 일본 잡화전문점 '무인양품(無印良品)'은 이달 들어 주요 인기 제품 가격을 종전보다 최대 30%가량 올리자 바로 매출이 둔화되는 모습이다. 롯데백화점 측은 내년부터 수입 물량을 축소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해외구매대행 쇼핑몰 '191'은 환율과 무관하게 잘 나가던 일본 기저귀 분유 액세서리 등의 매출 증가율이 최근 한 자릿수로 떨어지자 일본 잡화류 비중을 강화하려던 계획을 무기연기했다. 정수형 191 쇼핑팀 과장은 "일제 골프채와 고급 의류 등 고가품은 고정 수요층이 있어 아직까진 선방하고 있지만 중저가 용품들은 갈수록 판매가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