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외환銀 헐값매각 혐의 무죄 선고

"경영판단ㆍ정책판단은 존중돼야"
'변양호 신드롬' 종지부…기업 구조조정 힘 얻을듯
23개월을 끌어온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이 무죄로 1막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규진 부장판사)는 24일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와 결탁해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으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이달용 전 외환은행 부행장에 대해서도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피고인들에게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매각이라는 전체의 틀에서 엄격하게 봤을 때 배임 행위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특히 핵심쟁점이었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전망치 조작 혐의나 론스타의 은행 대주주 자격승인 문제 등에 대해 재경부와 외환은행 측의 주장을 100% 인정했다. 당시 어려운 경제여건과 외환은행의 부실상황 등을 감안할 때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외환은행 경영진 등의 판단은 "경영판단 내지 정책적 판단으로 존중돼야 할 것"이라고 재판부는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변 전 국장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건과 관련해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돈을 건넨 사실이 인정되지 않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재판은 그 출발부터가 포퓰리즘과 반외자 정서에서 비롯된 측면이 컸다. 국회와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단체가 주축이 돼 "외국투기자본에 국부를 유출해선 안 된다"며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1조3000여억원을 투자해 5년도 안 돼 수조원의 매각차익을 보게 됐다"는 논리로 론스타의 투자를 '먹튀'로 몰아붙였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2003년 당시 카드사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외환은행의 부실이 얼마나 심했는지는 철저히 무시됐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매력도도 낮아졌다. 경제 관료들은 보신주의에 빠졌다. 나중에 문제가 될 만한 일은 아예 하지 않는 현상,이른바 '변양호 신드롬'이 관료사회를 지배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험난한 구조조정 과정이 예상되는데 이번 판결이 관료들의 태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인식/김병일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