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은행 자본확충 서둘러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시중은행 자본확충 방안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은행들의 기업대출을 늘리기 위해 공적자금을 조성,시중은행 자본금으로 투입하거나 후순위채를 매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정작 은행들이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칫 은행 자본확충 차질과 신용경색의 장기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주도하는 자본확충에 대한 은행들의 거부감에는 물론 일리가 있다. 은행들은 자력으로 자본확충이 가능하다는 점을 우선 내세운다. 특히 공적자금을 받을 경우 대외신인도가 떨어지고,경영간섭 등 관치(官治)를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인식 자체가 지나치게 안이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은행들이 자신들의 자본확충에만 매달려 본연의 금융기능은 마비상태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무엇보다 기업대출이 중단된 상황이다. 대통령이 나서 거듭 중기대출을 독려해도 전혀 통하지 않고 있다. 시중에 돈이 돌지 않아 유망 기업들의 흑자도산 위험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게다가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아직은 10%대로 건실하고,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그 비율이 개선되고 있다지만 결코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앞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은행이 떠안아야 할 부실도 급증하고,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과 가계대출 부실 등으로 BIS 비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 은행의 BIS비율을 높이고 대출여력을 키워 기업에 돈이 흐르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임은 강조할 필요도 없다. 물론 공적자금 투입은 아직 시기상조인 점이 있고,자본확충을 위한 다각적인 측면지원방안도 없지 않다. 한은이나 연기금을 통한 은행 후순위채 매입,주택금융공사에 의한 주택담보대출 매입 등이다. 어제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지금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계획은 없다"고 말한 것도 그런 대책들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 대책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경우 '선제적 은행 자본확충'방안으로서 공적 자금 투입 등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이미 미국 유럽 등의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직접 자본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