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속으로 스시 한점… 입 밖으로 즐거운 탄성…
입력
수정
내달 1일 문여는 최고급 일식집 '스시유' 미리 가보니…
"허허….육십 평생 살아오면서 이런 스시(초밥)는 처음이야.""아,대단해! 입에서 녹네요. "
스시 한점 한점이 입 속에서 사라질 때마다 식당 여기저기서 즐거운(?) 탄식이 터져 나왔다.
"와쇼쿠(和食.일본음식)는 눈으로 즐기는 음식으로 유명하죠.하지만 스시는 시각뿐 아니라 오감이 총동원되어야 제맛을 알 수 있습니다. 단지 배를 채우려면 차라리 패스트푸드점으로 가세요. "지난 20일 서울 대치동의 일식 전문점 '스시유'의 그랜드 오프닝 행사장.파란색의 전통 이다마에(板前.일본 스시요리사) 복장을 입은 '스시 명인' 마쓰도 도시오씨(61)가 '사바(鯖.고등어)' 스시를 들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사바는 부패 속도가 빨라 다른 스시 '구(具.재료)'보다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코끝을 찌르는 이 생선 특유의 비린내만 맡아도 일반인들은 고개를 젓죠.하지만 그것 아세요? 일본 긴자(銀座) 등 최고급 스시 전문점에서 손님이 가장 많이 찾는 스시가 붉은 마구로(赤身.참치)가 아닌 사바라는 것을." 그는 실파에 곱게 갈은 제철 생강을 얹히면 사바만큼 뒷맛이 고소한 스시는 없다고 장담한다.
661㎡(약 200평) 규모의 식당을 가득 채운 50~60명의 손님들은 마쓰도씨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귀를 솔깃 세웠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 홍콩 리츠칼튼호텔 총주방장이던 마쓰도씨는 일본 3위 완구업체의 대표인 다나카 후미오 회장을 만난다. 다나카 회장은 '마쓰도류(流)' 스시에 매료돼 단골로 인연을 맺고 본격 사업을 제안한다. 마쓰도씨는 "어느날 다나카 회장이 일본 음식에 관심이 많은 한국에서 사업하는 게 어떻냐고 제안해 왔습니다. 몇 번 거절했지만 진정한 스시 맛을 더욱 알리려는 그의 뜻을 믿고 사업을 하게 됐습니다. "공식 개장일인 12월1일까지 스시유의 메뉴와 가격 등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다. 그러나 마쓰도씨는 일반 좌석의 1인분 가격의 경우 특급호텔 스시바와 엇비슷한 10만원대이며,VVIP(특급 VIP)룸의 가격은 이보다 10배가량 높은 100만원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VVIP를 위한 6석과 4석용 공간을 따로 식당 1층에 마련됐다.
일본도 아닌 한국에서 이처럼 초고가 스시가 과연 팔릴까 의문이 들었다. 마쓰도씨는 "제가 긴자에서 일할 때 하시모토 전 총리 등 역대 총리들이 저를 관사로 부르셨죠.며칠간 스시를 쥐면서 총리와 한두 시간씩 얘기하다 보니 깨닫게 됐습니다. 재료가 균일해도 그날그날 손님이 원하는 맛은 다르다는 걸요. 궁극의 스시 맛을 원해 찾아온 분과 예민하게 교감하는 맨투맨식 즐거움을 스시에서 찾을 수 있죠."
스시유는 재료의 고급화로 차별화를 꾀했다. 참치,도미,연어 등 주요 생선은 며칠 간격을 두고 일본에서 수입한 것만 쓴다. 마쓰도씨는 "2m짜리 참치를 어떤 식으로 잘라내는지에 따라 맛이 달라지죠.일반인들은 팔딱팔딱 뛰는 생선을 바로 잡아 먹으면 좋다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참치는 잡은 뒤 정확히 7일이 지나야 부드러운 육질을 자랑합니다. 스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숙성기간은 회사 영업비밀과 같죠."스시가 일본에서 정착돼 가던 에도(江戶)시대의 한 스시집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도 눈길을 끈다. '비젠야키(가마에서 구운 도자기)'부터 테이블 종이,식기,기모노 의상까지 모두 일본에서 공수해 왔다.
스시와 궁합이 맞는 사케(酒.청주)는 따로 있을까. 마쓰도씨는 웬만한 사케면 괜찮다고 한다. "일본에는 사케 브랜드만 2000개가 넘습니다. 쌀의 종류와 산지,그리고 도정률(벼의 낱알을 깎아낸 정도)이 제각각 다르죠.어떤 사케든 쌀이 주재료여서 맛이 담백해 약간 기름진 스시와 다 잘 어울린다고 봅니다. 약간 칼칼한 사케도 괜찮고요. "
요즘에도 그는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수산시장을 돌아본다. 30여년 간 자신의 눈으로 재료를 가늠하는 게 버릇이 돼 다른 사람을 시킬 수 없다고 한다. 지난 수십년간 일본을 비롯 홍콩 중국 동남아에서 일해봤지만 이번 한국에서 일하는 게 가장 걱정이라고 속내도 털어놨다. "신선한 스시를 손님 앞에 내기 위해 '(밥을) 잡고' '(생선을) 올리고' '(손님 앞에) 내리는' 세 동작을 3초 내에 구사하는데 20년 넘게 걸렸습니다. 일본 속담 중에 '우데가 아루(腕がある)'란 표현이 있습니다. 한국말로 직역하면 '팔이 있다'란 뜻인데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 이뤄질 정도의 숙련된 프로를 뜻합니다. 한국의 까다로운 식도락가들에게 프로로 인정받아 2,3호점도 내고 싶습니다. "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
"허허….육십 평생 살아오면서 이런 스시(초밥)는 처음이야.""아,대단해! 입에서 녹네요. "
스시 한점 한점이 입 속에서 사라질 때마다 식당 여기저기서 즐거운(?) 탄식이 터져 나왔다.
"와쇼쿠(和食.일본음식)는 눈으로 즐기는 음식으로 유명하죠.하지만 스시는 시각뿐 아니라 오감이 총동원되어야 제맛을 알 수 있습니다. 단지 배를 채우려면 차라리 패스트푸드점으로 가세요. "지난 20일 서울 대치동의 일식 전문점 '스시유'의 그랜드 오프닝 행사장.파란색의 전통 이다마에(板前.일본 스시요리사) 복장을 입은 '스시 명인' 마쓰도 도시오씨(61)가 '사바(鯖.고등어)' 스시를 들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사바는 부패 속도가 빨라 다른 스시 '구(具.재료)'보다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코끝을 찌르는 이 생선 특유의 비린내만 맡아도 일반인들은 고개를 젓죠.하지만 그것 아세요? 일본 긴자(銀座) 등 최고급 스시 전문점에서 손님이 가장 많이 찾는 스시가 붉은 마구로(赤身.참치)가 아닌 사바라는 것을." 그는 실파에 곱게 갈은 제철 생강을 얹히면 사바만큼 뒷맛이 고소한 스시는 없다고 장담한다.
661㎡(약 200평) 규모의 식당을 가득 채운 50~60명의 손님들은 마쓰도씨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귀를 솔깃 세웠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 홍콩 리츠칼튼호텔 총주방장이던 마쓰도씨는 일본 3위 완구업체의 대표인 다나카 후미오 회장을 만난다. 다나카 회장은 '마쓰도류(流)' 스시에 매료돼 단골로 인연을 맺고 본격 사업을 제안한다. 마쓰도씨는 "어느날 다나카 회장이 일본 음식에 관심이 많은 한국에서 사업하는 게 어떻냐고 제안해 왔습니다. 몇 번 거절했지만 진정한 스시 맛을 더욱 알리려는 그의 뜻을 믿고 사업을 하게 됐습니다. "공식 개장일인 12월1일까지 스시유의 메뉴와 가격 등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다. 그러나 마쓰도씨는 일반 좌석의 1인분 가격의 경우 특급호텔 스시바와 엇비슷한 10만원대이며,VVIP(특급 VIP)룸의 가격은 이보다 10배가량 높은 100만원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VVIP를 위한 6석과 4석용 공간을 따로 식당 1층에 마련됐다.
일본도 아닌 한국에서 이처럼 초고가 스시가 과연 팔릴까 의문이 들었다. 마쓰도씨는 "제가 긴자에서 일할 때 하시모토 전 총리 등 역대 총리들이 저를 관사로 부르셨죠.며칠간 스시를 쥐면서 총리와 한두 시간씩 얘기하다 보니 깨닫게 됐습니다. 재료가 균일해도 그날그날 손님이 원하는 맛은 다르다는 걸요. 궁극의 스시 맛을 원해 찾아온 분과 예민하게 교감하는 맨투맨식 즐거움을 스시에서 찾을 수 있죠."
스시유는 재료의 고급화로 차별화를 꾀했다. 참치,도미,연어 등 주요 생선은 며칠 간격을 두고 일본에서 수입한 것만 쓴다. 마쓰도씨는 "2m짜리 참치를 어떤 식으로 잘라내는지에 따라 맛이 달라지죠.일반인들은 팔딱팔딱 뛰는 생선을 바로 잡아 먹으면 좋다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참치는 잡은 뒤 정확히 7일이 지나야 부드러운 육질을 자랑합니다. 스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숙성기간은 회사 영업비밀과 같죠."스시가 일본에서 정착돼 가던 에도(江戶)시대의 한 스시집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도 눈길을 끈다. '비젠야키(가마에서 구운 도자기)'부터 테이블 종이,식기,기모노 의상까지 모두 일본에서 공수해 왔다.
스시와 궁합이 맞는 사케(酒.청주)는 따로 있을까. 마쓰도씨는 웬만한 사케면 괜찮다고 한다. "일본에는 사케 브랜드만 2000개가 넘습니다. 쌀의 종류와 산지,그리고 도정률(벼의 낱알을 깎아낸 정도)이 제각각 다르죠.어떤 사케든 쌀이 주재료여서 맛이 담백해 약간 기름진 스시와 다 잘 어울린다고 봅니다. 약간 칼칼한 사케도 괜찮고요. "
요즘에도 그는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수산시장을 돌아본다. 30여년 간 자신의 눈으로 재료를 가늠하는 게 버릇이 돼 다른 사람을 시킬 수 없다고 한다. 지난 수십년간 일본을 비롯 홍콩 중국 동남아에서 일해봤지만 이번 한국에서 일하는 게 가장 걱정이라고 속내도 털어놨다. "신선한 스시를 손님 앞에 내기 위해 '(밥을) 잡고' '(생선을) 올리고' '(손님 앞에) 내리는' 세 동작을 3초 내에 구사하는데 20년 넘게 걸렸습니다. 일본 속담 중에 '우데가 아루(腕がある)'란 표현이 있습니다. 한국말로 직역하면 '팔이 있다'란 뜻인데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 이뤄질 정도의 숙련된 프로를 뜻합니다. 한국의 까다로운 식도락가들에게 프로로 인정받아 2,3호점도 내고 싶습니다. "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