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무차별 매도 주체, 美 '얼라이언스번스타인' 인듯

하이닉스 주가를 급락으로 이끌었던 주체가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운용사의 펀드매니저가 바뀐 후 펀드 내 종목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하이닉스가 '희생양'이 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이닉스는 28일 6.62% 오른 7410원에 마감,나흘째 상승랠리를 이어갔다. 이 기간 27%나 급등했다. 이처럼 이 회사 주가가 반등세를 타기 전까지 원인 모를 외국인 매물이 쏟아지며 투자자는 마음을 졸여야 했다. 지난 17~24일 하이닉스 주가는 40% 넘게 빠졌다. 당시 주가 급락은 JP모간 창구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쏟아진 대규모 물량 때문이었다. 25일 이후에도 외국인 매도 공세는 이어져 지난 17일부터 28일 JP모간 창구에서만 3500만주 넘는 순매도 물량이 흘러나왔다. 이 기간에 외국인 지분율도 17.40%에서 11.27%로 6.13%포인트(2819만주) 떨어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이 지분을 정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물량이 한 창구를 통해 나온 점에 비춰 단일 투자자의 지분으로 추정되는데,이 정도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얼라이언스번스타인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그 가능성은 일부 확인됐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지난 17~20일 765만주를 팔아 지분율을 기존 9.09%에서 7.43%로 낮췄다고 공시했다. 이후에도 JP모간 창구로 2300만주 이상 매물이 쏟아져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이 추가로 매도했을 경우 5일 이내 지분변동 사실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이 운용사 펀드매니저가 교체된 후 종목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하이닉스 지분을 정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상욱 하이닉스 IR부장은 "메모리산업의 단기 전망이 불확실한 데다 펀드 환매로 현금화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제 남은 물량은 600만주 정도여서 거의 대부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