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의 책마을 편지] 이야기를 파는 나라 일본

"한류 드라마 '겨울 연가'로 KBS가 벌어들인 수익은 약 300억원에 불과하지만 일본은 1조2000억원의 경제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는 우리의 글로벌 원소스멀티유즈(OSMU) 비즈니스 역량이 부족해서 빚어진 결과죠."

엊그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글로벌 킬러콘텐츠 제작지원'을 밝히면서 언급한 사례입니다. 똑같은 드라마를 갖고 어떻게 일본은 40배나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을까요. 그들은 드라마의 인기를 확인한 뒤 DVD와 사진집,액세서리 등 관련 상품들을 잇따라 개발하고 판매했습니다. 일본이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의 강국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게 하는 대목이지요. 이번주에 나온 책 <이야기를 파는 나라 일본>(김희경 외 지음,미래의창)을 펼치다 이야기를 팔아 기업 이미지를 만들고 매출을 높이면서 관광객도 끌어들이는 그들의 '기술'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최신형 게임기기인 닌텐도와 전통 문화를 결합시킨 시구레덴,1500년을 거슬러 물의 도시 오사카를 재현한 오사카 역사박물관,우리나라에서는 사라져 버렸지만 일본에는 남아 있는 만담 코미디 관련 왓하 가미카타 연예자료관,전 세계 민족들의 생활상을 소개하는 오사카 국립민족학박물관….모두가 문화콘텐츠와 교육,이야기를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테마 박물관들입니다.

그들은 유럽의 '어린 왕자'와 생텍쥐페리를 만날 수 있는 하코네의 어린왕자박물관을 비롯해 유리 공예품으로 일본 안의 유럽을 만든 유리의 숲,르네상스를 담아 낸 대형 쇼핑공간 오다이바 비너스 포트까지 소화해 냅니다. 어린왕자박물관에는 생텍쥐페리의 조카가 기증한 수많은 유품도 전시돼 있습니다. 작가의 생가도 파노라마와 디오라마 형태로 재현되는데,이때 프리텐더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모방과 창조의 묘미도 발휘하지요. 음식과 조형미로 오감을 자극하는 테마 공간도 즐비합니다. 문화 콘텐츠를 테마 공간으로 승화시키고 스토리텔링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은 21세기 기업의 핵심 마케팅 요소입니다. 이제 소비자는 그냥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스토리와 무형의 가치를 더 중시하지요.

다행히 내년부터 우리 정부도 글로벌 콘텐츠 기획과 제작.마케팅에 41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합니다. 2013년까지 글로벌 킬러콘텐츠 4~5개를 키워 내면 매출 7조원에 수출 20억달러,신규 고용 1만명 창출 효과가 있다니 기대를 한 번 걸어 보지요.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