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PF사업 연기 후폭풍


"어이구 대형 복합단지가 개발된다고 해서 단지 내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개발이 늦춰지면 어떻게 되나요?"

본지가 '랜드마크사업 줄줄이 표류…PF(프로젝트 파이낸싱) 안 돼 본계약 연기'란 제하의 기사(12월3일자 A1면)를 보도하자 랜드마크 사업을 믿고 주변 아파트를 분양받은 계약자들이 불안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실제 동탄 메타폴리스,아산 펜타포트 등의 개발 청사진을 보고 비싼 분양가에 아파트를 계약한 사람들은 기대감을 접어야 할 판이다. 복합단지 사업자가 PF 대출을 받지 못해 언제 착공할지 불투명해졌기 때문.메타폴리스 아파트 계약자는 "작년 분양 때 20 대 1의 청약경쟁을 뚫고 3.3㎡(1평)당 1419만원의 고분양가도 감수했는데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도 "주요 상업시설이 안 들어서면 도시의 중심축이 텅비게 돼 단지 안팎의 입주민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역시 복합단지 개발이 불투명한 오산세교,김포한강,인천 청라 등의 아파트 분양계약자들도 마음이 편치 않다. 쇼핑과 문화,업무,주거시설을 한데 묶은 복합단지 개발이 미뤄지면 입주 뒤 생활하는 데 크게 불편하다. 이달부터 입주하는 판교신도시 주민들은 판교 알파돔시티 개발이 지지부진해지면서 간단한 쇼핑도 분당까지 가서 해결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울상이다.

건설사들도 PF대출난에 따른 부담을 더 떠안기는 마찬가지.대우건설이 최근 따낸 광교신도시 복합단지인 광교파워센터가 대표적인 예다. 이 복합단지는 경기 수원시 원천호수 주변 11만7000여㎡ 부지에 2조4000억원을 쏟아붓는 매머드급 사업이어서 대우는 PF 대출 성사에 온힘을 다했다. 문제는 재무적 투자자들이 '투자원금 전액 보장,연 6% 수익률 보장'을 을(乙)의 입장인 대우 측에 요구했던 것.'싫으면 말라'는 분위기였다. 대우건설로서는 다른 대형 개발사업이 속속 연기되고 있어 일감을 놓치기 아까웠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PF 협약에 서명했다. 이를 두고 건설업계에선 시공사에 불리한 '노예 계약'이라며 산업은행 현대증권 등 금융권을 성토했다. 묻지마식 부실한 PF 대출은 막아야겠지만 '나만 챙기자'형 PF 대출도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

장규호 건설부동산부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