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56년만에 주류사업 손 뗀다

'처음처럼' 인수후보 2~3개 사모펀드.롯데 등
주류업계, 매각대금 5000억~7000억원선 전망

두산이 소주 '처음처럼' 등 주류사업부문(두산주류BG)을 일괄 매각키로 함에 따라 1952년 동양맥주(오비맥주의 전신) 설립 이래 그룹 모태였던 주류사업에서 56년 만에 완전히 손을 뗀다. 현재 두산주류 인수에 눈독을 들이는 곳은 MBK파트너스,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국내외 2~3개 사모펀드(PEF)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 측이 4일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한 곳이 있어 두산주류BG(비즈니스그룹) 매각을 검토키로 했다"고 언급한 데서 알 수 있듯이,현재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어 연내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예상 인수 금액과 관련,주류업계에서는 5000억~7000억원 선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대 변수는 롯데그룹

두산주류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PEF들은 모두 두산이나 주류사업과 관계를 맺고 있는 곳들이다. 국내 PEF인 MBK파트너스는 지난달 13일 두산 계열 포장용기(병유리.캔) 생산업체인 두산테크팩을 4000억원에 인수했다.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도 2005년 진로 인수전 당시 동양제철화학 금복주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는 등 국내 술시장에 관심이 많은 미국계 PEF이다.

이 중 현재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MBK파트너스를 꼽고 있다. 김병주 전 칼라일아시아 대표가 설립한 MBK파트너스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C&M과 한국저축은행,두산테크팩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는 두산과 MBK파트너스 간 협상이 상당히 진척된 상황에서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류업계가 가장 눈여겨 보는 곳은 다름 아닌 롯데그룹이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MBK파트너스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두산주류를 인수,소주사업에 본격 진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가 현 시점에서 MBK파트너스 등과 손을 잡거나 두산주류를 인수한 PEF로부터 2~3년 뒤 재인수하는 식으로 소주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두산주류 매각이 완료될 경우 인베브의 오비맥주 매각 작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매각대금은 얼마

매각대금이 어느 선에서 형성될지도 관심사다. 주류업계에서는 두산 측이 8000억원을 제시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와 관련,두산이 최근 삼일회계법인에 두산주류의 기업가치 평가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두산주류의 가치가 최소 5000억~6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대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며 "이를 감안할 때 매각대금은 5000억~7000억원 선에서 형성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쟁사인 진로가 내년 8월 이후 하이트맥주와 영업망을 통합할 경우 마케팅 경쟁에서 처질 가능성이 있어 기업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두산은 1952년 동양맥주로 주류사업을 시작한 뒤 1994년 경월소주를 인수,소주사업까지 확장했다. 그러나 1998년 오비맥주를 인베브에 매각한 뒤 소주 와인 전통주 등 나머지 주류사업까지 매각키로 해 56년 만에 주류사업에서 완전 철수하는 셈이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