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우리학교 진학률 어느 정도지?"… 닫혔던 '학교 정보' 문이 열렸다

'학교 알리미 사이트' 등 이용자 몰려 한때 다운… ‘부익부빈익빈’ 심화 우려도

초·중·고교와 대학의 교육 정보를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교육정보 공시제'가 지난 1일 본격 시행됐다.

이에 따라 누구나 손쉽게 '학교 알리미 사이트(www.schoolinfo.go.kr)'나 대학 정보공시 통합시스템인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를 통해 중학교의 특목고 진학률이나 고등학교의 대학 진학률, 대학의 취업률, 전임 교원 비율 등의 정보를 알 수 있게 됐다.

이들 사이트는 시행 첫날 이용자들이 몰려 한때 다운될 정도로 폭발적 관심을 얻기도 했다.⊙ 무슨 정보 공개하나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8월 초·중·고교의 진학 현황 등과 대학 취업률 등의 교육 정보를 공개토록 하는 '교육관련 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안)'을 발표했다.

학교 정보를 공개하는 대상은 전국의 1만1283개 초·중·고교와 414개 대학교 및 전문대학이다.초·중·고교의 경우 정보 공개 항목은 학생·교원 현황,환경위생 현황,학교폭력 현황,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2011년부터) 등 39개다.

대학은 등록금 현황,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전임교원 학술지 게재논문 실적 등 55개 항목을 공개한다.

특히 교과부는 취업률과 장학금 지급률 등 4개 항목에 대해서 대학별 순위를 매겨 인터넷에 공개했다.학교알리미 사이트의 분석 결과 서울 시내 302개 고교 중 4년제 대학 진학률이 가장 높은 학교는 서대문구의 한성과학고로 나타났다.

또 서울 시내 고교 중 국외 대학 진학자가 가장 많은 학교는 광진구의 대원외국어고였으며 일반계 고교 중에는 강남구의 양재고가 1위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교원단체 가입 교사 수도 학교별로 공개됐다.

서울 시내에서 전교조 가입 교사가 가장 많은 학교는 서초구 상문고로 올 4월 기준 43명이 가입돼 있었다.

이어 관악구 당곡고, 노원구 상계고, 종로구 경복고가 각각 36명씩이었으며 동작구 성남고, 송파구 영파여고도 각 35명으로 많았다.

서울 소재 주요 대학 가운데 전임 교원을 가장 많이 확보한 대학은 서울대,장학금 지급률이 높은 곳은 서울시립대,등록금이 가장 비싼 곳은 이화여대로 나타났다.

⊙ 2011년부터 학업 성취도 평가 공개

정보공시제의 뜨거운 감자는 2011년부터 공개되는 일선 초·중·고교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다.

시행령에 따르면 각급 학교 교장은 매년 10월 초등 6학년,중3,고1을 대상으로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 등 5개 과목에 대해 실시하는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평가 결과는 '우수 학력(교육 과정 80% 이상 이해)''보통 학력(80% 미만~50% 이상)''기초 학력(50% 미만~20% 이상)''기초학력 미달(20% 미만)' 등 모두 4등급으로 나뉘어 각 학생들에게 통지되지만 공시할 때는 우수와 보통 학력을 합쳐 '보통학력 이상''기초 학력''기초학력 미달' 등 3등급으로 나눠 각 등급에 해당하는 학생의 비율만 공개하게 된다.

이윤희 학교를 사랑하는 모임(학사모) 팀장은 "단순히 3단계로만 공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용 교과부 인재정책실장은 "평가 결과가 내신이나 입시 등에 반영되지 않는 만큼 사교육을 통해 일시적으로 점수를 올리기보다는 학생의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교육에 경쟁 바람 부나

전국 모든 초·중·고교와 대학의 주요 정보가 인터넷에 공개되면 학교 현장에 치열한 '경쟁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0학년도부터 서울 지역에서 학생들이 진학할 고교를 선택하는 '고교 선택제'가 시행되면,각 학교의 전국 단위 시험 성적(2011년부터 공개),전교조(교원노조) 가입 교사 수 등에 따라 학교별 선호도가 명확히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대학의 경우에도 취업률 등 일부 지표의 대학별·학과별 순위 검색이 가능해지면서 사실상 국내 대학의 학과별·규모별 순위가 매겨지는 '대학 평가'의 의미를 갖게 됐다.

하지만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학 정보공시 제도의 부작용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교수 확보율이 높고 재정이 튼튼한 명문 대학은 스스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이런 대학들로 우수 학생들이 몰리고 있으며 사회의 지원도 대부분 명문 대학으로 쏠리고 있다.

대학 정보가 공개되면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정보공시제가 시행되면 지역적 한계를 가진 지방 대학이나 기초학문 육성 책임을 지고 있는 대학 및 특성화 대학의 경우 구성원들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도 많다.

따라서 대학 정보공시 제도가 자칫 지방 대학이나 적절한 경쟁 수단이 없는 국립대학 또는 단과대학 형태의 특성화 대학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다.

게다가 정량화된 지표에 매달리다 보면 대학 고유의 자유로운 사고와 대학 문화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이런 부작용을 적절히 해결할 수 있다면 대학 정보공시 제도는 우리 대학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성선화 한국경제신문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