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초점]초가삼간 태우기 전에 빈대 잡아야

한국은행은 3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은행의 지불준비금에 대해 5000억원 가량의 이자를 지급키로 했다고 밝혔다. 주택금융공사 채권도 공개시장조작 대상 증권에 포함시켰다.

또 금융감독 당국은 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부실화됐거나 부실 우려가 있는 1조3000억 규모의 저축은행 PF 채권을 매입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유동성 경색 완화를 위한 한국은행의 대처와 국내 금융 문제의 핵심인 PF 부실 관련 정부의 대책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전날 부동산 PF와 관련된 정부 정책이 저축은행과 건설업종의 상승으로 이어졌으며 4일 오전 현재는 한국은행의 대책에 힘입어 은행주가 2% 넘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업계의 자구책은 미약한 가운데 모럴해저드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캠코가 저축은행의 부실 부동산 PF 대출을 매입키로 한 대책은 부동산 경기가 계속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1회성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오히려 이번 대책은 국내 부동산PF와 주택건설 시장의 구조조정을 알리는 서막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성락 SK증권 연구원은 "구조조정 이슈가 향후 수개월 동안 주식시장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며 "구조조정을 통한 옥석구별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신용시장 경색도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연구원은 "뛰어난 수영선수들마저 익사할때까지 시간을 끌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유동성 지원과 구조조정 과정은 완급조절과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며 "정책당국의 리더쉽에 대한 신뢰가 확인될 때가지 시장 불안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또 그는 "자산건전성 우려로 주가가 이미 크게 낮아진 건설, 은행 등 일부 섹터의 경우 구조조정 이슈는 오히려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구조조정이 일단락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본격 회복 기조로 올라서기는 어렵겠지만 정책기대감에 의한 기술적 반등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선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융권의 구조조정 진척이 국내 증시에 호재가 되겠지만 국내 금융권과 실물 부문의 구조조정을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자산가격 하락도 계속되고 있고 기업실적도 부진해 시간이 흐를수록 부실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결국 부실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실물부문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며 신속하고 과감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지금 시장은 실물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과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으며,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보다 강력한 모멘텀을 원하고 있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위한 명분을 기다리다가는 초가삼간을 태울 수 있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