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시케어센터 사람들 "1년간 땀흘리니 태안의 자식처럼 받아주네요"

태안서 울고 웃은 1년 "처음엔 회사로고도 떼고 다녀"

"이제는 태안 사람 다 됐어요. 주민들도 자식처럼 대해 주세요. 제2의 고향이 됐어요. "

지난해 12월 허베이스피리트호 원유 유출 사고를 겪은 충남 태안지역 복구를 위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삼성시케어센터(Sea Care Center)의 이호균씨는 1년 새 달라진 분위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여기 와서 처음 한 일이 유니폼에 붙어 있는 회사 로고를 떼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주민들과 편하게 술 한 잔 기울일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습니다. "

태안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7일로 1년째다. 태안은 겉모습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많이 치유된 것처럼 보였다. 검은 기름으로 뒤덮여 있던 바다와 갯벌은 제 색깔을 되찾았고 올 4월 고깃배가 다시 조업에 나서면서 마을도 살아나고 있다. 여름에는 32개 해수욕장 중 30개가 새 단장을 하고 관광객들을 맞았다. 보다 큰 변화는 주민들의 마음이다. 처음 사고가 났을 때만 해도 절망감에 빠졌던 주민들은 이제 상처를 씻고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의 한 주민은 "생계비도 지원되고 다음 달부터 굴 양식도 시작할 수 있어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전했다.

태안 지역이 이처럼 빨리 회복된 데는 100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과 마을 주민들의 노력이 무엇보다 컸다. 하지만 지난 1년 음지에서 조용히 주민들의 어려움을 보듬고 이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고 있는 삼성시케어센터 직원들의 숨은 공로도 한몫 했다.

삼성시케어센터는 사고 직후 지역 복구를 위해 삼성중공업 지사에서 차출된 30명의 직원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여관방을 전전하며 기름과 힘든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마을 주민들의 싸늘한 반응이었다. 시케어센터를 이끌고 있는 이강훈 부장은 "처음에는 주민들이 술에 취해 모텔로 찾아오기도 해 언제든지 피할 수 있도록 짐을 싸놓고 잤다"고 말했다. 이들은 매일 12시간 이상 방제 작업에 매달렸고 피해 마을을 돌며 빵 등 구호 물자를 전했으나 일부 주민들은 빵을 내던지며 "이곳을 떠나라"고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시케어센터 직원들은 그런 비난에도 그저 묵묵히 일만 했다. 피해 마을과 자매 결연을 추진하고 매주 30여명의 의료진을 이끌고 와 무료 의료봉사 활동도 실시했다. 인근 중학교에 프랑스,영국,그리스,호주,인도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선주를 데려가 문화 교육을 하기도 했다. 직원들도 마을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가 술잔을 기울이며 마음을 풀어 주려 애썼다.

덕분에 마을 주민들도 점차 마음을 열었다. 시케어센터 김창규 차장은 "처음에는 자매 결연을 맺으러 가도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던 주민들이 이제는 서로 자매 결연을 맺으려 한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마을 주민들도 이제 '삼성이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할 만큼 태도가 변했다. 원북면 신두리의 박희관 번영회장은 "그동안 삼성 직원들이 마을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여러 가지로 많이 기울였다"며 "이렇게 빨리 회복된 것은 삼성 덕도 크다"고 말했다.

삼성시케어센터 직원들은 아직 할 일이 많다고 말한다. 보상 문제도 남아 있고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이 많다는 게 이유다. 김창규 차장은 "1년은 더 있어야 할 것 같다"면서 "고생한다는 말을 건네는 주민들을 볼 때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태안=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