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ㆍ中ㆍ日 교포들 "바이코리아로 대박 잡자"

원화ㆍ부동산ㆍ주가 급락에
국내송금 급증…매물 탐색

재일동포 최모씨(52)는 최근 일본인 친구 3명과 1억엔씩을 모아 서울 방배동에 있는 8층짜리 상가 건물을 매입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100억원대였던 빌딩 가격이 60억원(약 4억엔)으로 떨어진 데다 엔화 가치는 1년 새 두 배로 올라 지금이 투자 타이밍이라고 본 것이다. 작년 6월이라면 당시 환율(100엔당 750원대) 등을 감안해 14억엔 정도가 있어야 살 수 있는 빌딩이었지만 3분의 1 이하 엔화로 손에 쥐었다.

원화 가치 급락(환율 상승)에 따라 미국 중국 일본 교포 사이에 '바이 코리아' 열풍이 불고 있다. 여윳돈을 가진 교포들이 원화 가치가 급락하자 달러화 위안화 엔화 등의 현지 통화를 한국으로 역송금해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 5일 원ㆍ엔 환율은 장중 100엔당 1613원에 거래되며 1600원을 돌파했다. 이는 1991년 원ㆍ엔 고시환율 집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한국계 은행의 도쿄 지점엔 한국 내 자산 투자와 이익금 회수를 문의하는 고객들이 급증했다. 우리은행 도쿄지점은 오는 17일 한국영사관 강당을 빌려 '한국 투자재테크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신한은행 박중헌 도쿄지점장은 "10년 전 외환위기 때 한국의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대박'을 터뜨린 재일 동포들이 적지 않다"며 "지금도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모국 투자에 관심을 갖는 재일 동포들이 많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도쿄지점의 경우 올 상반기 중 월평균 3300건이었던 한국 송금 건수가 10월과 11월엔 각각 1만건과 6200건으로 늘었다. 미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뉴저지 데마리스트에 거주하는 김모씨(50)는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400원대를 유지하자 11월 말 우리아메리카은행 클러스터지점을 찾아가 '비거주자 자유원 계정'을 만들었다. 맨해튼에서 8년째 스포츠 용품점을 하고 있는 김씨는 "내년 초께 원화 환율이 1100원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원화 계정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미국 내 15개 지점을 두고 있는 신한아메리카은행은 10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 한국에 투자를 목적으로 이뤄진 송금 규모가 800건,8000만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중국으로부터의 역송금 수요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국내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해외 교포들이 1인당 1만달러에서 많게는 1000만달러까지 국내로 송금해 원화로 바꿔 놓고 부동산 매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이익원/베이징=조주현/도쿄=차병석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