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리모델링] 브릭스선 중국만 햇살, 러ㆍ브라질, 먹구름 잔뜩


"내년엔 모두 어렵다. 그러나 브릭스(BRICSㆍ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중에서도 중국은 여전히 유망하다. "

글로벌 경기위축의 영향으로 신흥시장 경제도 내년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고도성장을 이어가던 중국 등 신흥국가들은 성장속도가 크게 둔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펀드시장 전문가들은 그나마 중국 펀드를 가장 늦게 뺄 것을 권하고 있다. 여유가 된다면 오히려 내년에 펀드에 자금을 넣으라는 주장도 있다.
◆신흥국들도 성장 둔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내년 브릭스 국가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낮췄다. 러시아의 경우 JP모건과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경제 성장률 예상치는 각각 1.8%와 1.5%로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평균 전망치보다도 낮다. 매년 10% 이상씩을 성장해야 하는 신흥국가 치고는 부끄러울 만한 수준이다.

브라질도 상황은 비슷하다. 씨티그룹이 3.0%로 가장 높고,메릴린치 JP모건 UBS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이 제시한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은 2% 선이다. 인도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씨티그룹이 6.6%로 가장 후하게 점수를 주고 있고 대다수 글로벌IB들도 6% 안팎의 경제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의 경우 최근 발발한 테러 문제로 외국인 투자가 급감하고 있어 이 같은 전망이 다시 수정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처럼 최근 수년간 각광받았던 브릭스 국가 등 신흥지역이 어려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 침체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브릭스 국가들의 성장 동력은 석유 등 자원과 공산품의 수출인데,선진국들의 내년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출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 유가는 올초 배럴당 150달러 선에 육박하다가 지금은 40달러 선까지 고꾸라졌다. 오일머니를 긁어모았던 러시아는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주가가 하락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루지야 사태 이후 러시아 증시에서 '큰손'으로 군림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떠나고 있는 것도 러시아 펀드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요인이다.

석유와 바이오 에탄올,원자재 등을 수출하며 급성장한 브라질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경기둔화가 계속될 경우 브라질은 경상수지 적자까지 예상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금융위기가 일으킨 경기 침체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취약성을 보이는 신흥국가들이 최대,최종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에서는 기회 있다.

신흥국가 가운데 국내외 시장 전문가들이 선방할 지역으로 꼽는 곳은 중국이다. 글로벌 IB들은 중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을 5.5~8.8% 선으로 예상하고 있다. 씨티그룹이 가장 높은 수치를 제시했고,유럽계인 CLSA가 가장 낮은 전망치를 내놨다.

가장 낮은 전망치를 내놓은 CLSA의 에릭 피시위크 이코노미스트 헤드는 최근 기자와 만나 "브릭스 국가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겠지만 매년 10%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하던 점에 비추어 보면 감내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세계 최대의 인구를 갖고 있는 중국은 선진국 경기 침체로 소비시장이 둔화된다고 해도 내수 시장이 뒷받침되고 있고,최근 중국 정부가 내놓은 경기부양 대책도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이고 파격적이었다"며 "세계증시가 반등할 경우 중국이 가장 먼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올들어 3분기까지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9.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액도 제조업 중심으로 40% 증가한 744억달러에 달하면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마크 모비우스 프랭클린 템플턴 회장은 "10월에만 금리를 두 차례 낮추고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펼치고 있는 중국의 주가 하락을 장기적으론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증권도 "인도와 러시아는 정치불안과 경제환경을 고려할 때 중국 대비 초과 상승세를 보이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자신이 가입한 브릭스 펀드가 여러 개라면 펀드별로 지역 투자 비중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고,중국으로의 교체투자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