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대변화에 맞는 SOC투자를"

국제금융위기 여파로 실물경제 침체가 깊어지자 국가마다 SOC 등 인프라투자 확대를 비롯한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경제상황에 따라 그 내용이 국가별로 조금씩 상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에게 가장 효과적인 인프라투자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대표적으로 브라운 영국 총리는 최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과거에는 도로 철도 등과 같은 인프라 투자가 강력한 경기부양책이었지만 이제는 기술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대변화에 맞춰 디지털 환경 등에 대한 인프라 투자를 하면 경기부양과 함께 미래에 대한 대비도 아울러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경우는 심각한 빈부격차 등 자국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 농민들의 구매력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여기에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띄는 특징이다. 물론 미국의 경우 노후화된 다리나 도로 등이 적지않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SOC 투자를 들고 나온 측면이 있지만 과거 일본이 장기불황에 빠지면서 경험했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천편일률적으로 SOC 투자를 확대하는 것만이 꼭 능사는 아니다. 무조건 SOC 투자를 벌이다 보면 소기의 경기부양효과를 거두기보다 자칫 비효율적인 투자만 양산할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국회에서 심의를 하겠지만 우선 전통적 SOC 투자의 경우 소요기간이나 경기부양 정도 등을 따져 가장 효과있는 사업 위주로 선별(選別)해 신속히 집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빠른 시일 내 실제 지출로 이어져 경기부양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복합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거나 미래를 대비하는 인프라 투자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에는 전국적으로 노후화된 산업단지들이 적지않다. 이번 기회에 산업단지의 구조를 고도화하고 그 주변을 제대로 정비한다면 경기도 부양하면서 기업환경을 좋게 만드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IT고도화, 연구개발투자 등 소프트형 인프라 투자를 더욱 과감히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