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 해외 초청 줄이고 국내 유망주 키운다


환율 급등으로 내년 젊은 아티스트 무대 대폭 늘려

국내 주요 공연단체들이 환율 급등으로 내년 해외 초청공연을 대폭 줄이는 대신 국내 아티스트를 내세우는 무대를 늘릴 전망이다. 10여년 전 외환위기 때도 이 같은 방식으로 김대진,강충모 등 스타 연주자들을 발굴한 적이 있어 주목된다. 다만 외환위기 때는 개인 연주 무대가 주를 이뤘던 데 비해 이번에는 국내 연주자 발굴과 함께 다양한 기획 시리즈를 마련,좀더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해외 연주자들을 데려오더라도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오케스트라 대신 4~5명 규모의 실내악단이나 독주자 초청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매년 3~4차례 세계적 교향악단을 불러들였던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내년에 교향악단 초청공연을 도쿄 메트로폴리탄(4월)과 뉴욕필(11월) 등 2회로 줄였다.

올해 공연이 베를린필,뉴욕필,상하이필 등 이었던 데 비해 무대도 소박해졌다. 대신 유명 작곡가의 음악세계를 탐구하는 시리즈를 국내 아티스트들을 중심으로 꾸민다. 3월에는 헨델과 하이든,4월에는 바하,11월에는 슈베르트를 소개할 예정.한달 동안 금호아트홀에서 독주회 혹은 4~5명으로 구성된 실내악단 연주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해외 연극과 무용 단체 위주로 기획 공연을 해온 LG아트센터도 내년에 국내 아티스트들을 위한 무대를 늘린다. 그동안 연간 17~20편의 기획 공연 중 국내 무대는 1~2편에 불과했지만 내년에는 17편의 기획 공연 중 4편이 국내 단체의 공연으로 잡혔다. 대신 국내의 명성있는 아티스트나 단체를 선정해 신작을 선보인다는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5월에는 연출가 양정웅이 이끄는 극단 여행자가 연극 '페르귄트'를 선보이고,6월에는 안애순 무용단의 신작과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현악 4중주단 타카치 콰르텟 협연이 예정돼 있다. 9월에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독일 발레 '오네긴' 아시아 초연과 첼리스트 양성원의 무대가 준비된다.

공연제작사 크레디아는 국내 클래식 연주자들 중심으로 구성된 실내악단 '디토'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2007년 1회 공연에 그쳤으나 내년에는 공연 횟수가 4회로 늘어난다. 또 지금까지는 20대 여성 관객을 노렸던 반면 내년부터는 레퍼토리를 다양화해 가족 관객들까지 끌어들일 계획이다. 공연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 오케스트라를 한번 초청하면 숙박,식사 등을 'A'급으로 제공하지 않더라도 100명 기준에 5억원 이상이 들기 때문에 내년에는 해외 초청공연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어 국내 연주자가 무대에 설 기회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