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중소기업, 금융위기에 강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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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경영 체제로 위험관리 최우선
최고 기술력 유지하며 고객관리 철저
'유럽 최고의 짠돌이'로 통하는 독일인들이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특유의 보수적인 기업 경영과 소비습관을 지키며 돋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독일 경제의 핵심 축을 이루며 신용위기에 선방하고 있는 '미텔슈탄트(Mittelstand.중소기업)'들의 경영방식을 소개했다. 미텔슈탄트는 첨단 제조업 중심의 중소기업들로,주로 가족경영 체제의 비상장사로 운영된다. 정규직 숙련공을 중심으로 100명 안팎의 소규모 인력을 갖고 있으며,해당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과 장인정신을 강조한다.
미텔슈탄트식 경영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위험관리'를 최우선 경영 전략으로 내세운다는 점이다. 독일의 유명 전자저울업체 죈레의 미하엘 슐래거 대표는 "섣부른 투자 확대를 경계하고 항상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위험 상황에 대처하는 데 매우 익숙해져 있다"며 "지역의 상업은행 및 협동조합과 수십년간 거래를 지속해오면서 단 한번도 납기일을 어긴적이 없다"고 말했다.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유지하며 고객사와 돈독한 관계를 지키는 것 또한 미텔슈탄트의 경쟁력 비결이다. 독일의 인공위성 장비 회사인 테샛의 베리 슈무트니 대표는 "해당 부품의 제작을 우리 회사에서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들의 주문이 꾸준하다"며 "내년 말까지 수주물량이 꽉 찬 상황이어서 금융위기에 대한 염려가 그렇게 크게 와닿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인들의 현금 선호와 높은 저축률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현재 독일의 가계 저축률은 12%대로,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가계 저축률의 두 배를 넘고 있다. 또 신용카드 서비스가 독일 전역에서 실시된 지 5년밖에 되지 않고,아직도 대부분의 상점들이 신용카드를 받지 않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할 때도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대신 은행 창구를 이용한 무통장 입금방식이 여전히 선호된다. FT는 "이 같은 극도로 보수적인 경제 마인드는 독일인들로 하여금 미국의 신용위기 상황을 이해하지조차 못하게 한다"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프랑스나 영국 등 다른 유럽 국가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경기부양책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데도 이런 배경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독일의 현재 경제 상황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지난 3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2%를 기록,2분기째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공식적인 경기침체에 돌입했다. 같은 기간 수출과 설비투자 규모도 각각 전분기보다 0.4%,0.5% 감소했다. 미하엘 그로스 경제장관은 지난 7일 "경기침체 심화를 막기 위해 조속한 세금 인하가 필요하다"며 메르켈 총리에게 경기부양책을 시급히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최고 기술력 유지하며 고객관리 철저
'유럽 최고의 짠돌이'로 통하는 독일인들이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특유의 보수적인 기업 경영과 소비습관을 지키며 돋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독일 경제의 핵심 축을 이루며 신용위기에 선방하고 있는 '미텔슈탄트(Mittelstand.중소기업)'들의 경영방식을 소개했다. 미텔슈탄트는 첨단 제조업 중심의 중소기업들로,주로 가족경영 체제의 비상장사로 운영된다. 정규직 숙련공을 중심으로 100명 안팎의 소규모 인력을 갖고 있으며,해당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과 장인정신을 강조한다.
미텔슈탄트식 경영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위험관리'를 최우선 경영 전략으로 내세운다는 점이다. 독일의 유명 전자저울업체 죈레의 미하엘 슐래거 대표는 "섣부른 투자 확대를 경계하고 항상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위험 상황에 대처하는 데 매우 익숙해져 있다"며 "지역의 상업은행 및 협동조합과 수십년간 거래를 지속해오면서 단 한번도 납기일을 어긴적이 없다"고 말했다.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유지하며 고객사와 돈독한 관계를 지키는 것 또한 미텔슈탄트의 경쟁력 비결이다. 독일의 인공위성 장비 회사인 테샛의 베리 슈무트니 대표는 "해당 부품의 제작을 우리 회사에서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들의 주문이 꾸준하다"며 "내년 말까지 수주물량이 꽉 찬 상황이어서 금융위기에 대한 염려가 그렇게 크게 와닿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인들의 현금 선호와 높은 저축률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현재 독일의 가계 저축률은 12%대로,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가계 저축률의 두 배를 넘고 있다. 또 신용카드 서비스가 독일 전역에서 실시된 지 5년밖에 되지 않고,아직도 대부분의 상점들이 신용카드를 받지 않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할 때도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대신 은행 창구를 이용한 무통장 입금방식이 여전히 선호된다. FT는 "이 같은 극도로 보수적인 경제 마인드는 독일인들로 하여금 미국의 신용위기 상황을 이해하지조차 못하게 한다"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프랑스나 영국 등 다른 유럽 국가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경기부양책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데도 이런 배경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독일의 현재 경제 상황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지난 3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2%를 기록,2분기째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공식적인 경기침체에 돌입했다. 같은 기간 수출과 설비투자 규모도 각각 전분기보다 0.4%,0.5% 감소했다. 미하엘 그로스 경제장관은 지난 7일 "경기침체 심화를 막기 위해 조속한 세금 인하가 필요하다"며 메르켈 총리에게 경기부양책을 시급히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