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재무설계 액션플랜] 30대 직장인 내집마련 전략‥청약통장ㆍ'장마'부터 가입

지난해 말 결혼해 서울 강북의 한 아파트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30대 중반의 직장인 A씨.그는 아내를 만나 결혼을 결심한 뒤에도 '내집마련'엔 관심이 크지 않았다. 연봉 4000만원 정도인 자신의 수입으로는 서울에서 집을 마련하기가 사실상 힘들다고 판단,일찌감치 체념해 버린 탓이었다. A씨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올 하반기 들어 집값이 급락하면서부터.그는 최근 들어 "내년에는 헐값에 내집을 마련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오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청약통장 하나 갖고 있지 않은 터라 마음만 조급해지고 있다.

A씨에게 내년이 내집마련의 최적기일까. 재무설계사(FP)들은 "꼭 내년에 집을 사지 못하더라도 중.장기적인 내집마련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겨보라"고 조언한다. FP들은 '내집마련'을 생애재무설계의 기본항목으로 꼽는다. 일단 자산을 불리는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데다 '내집'이 가져다주는 정신적인 안정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한경리 한경와우에셋 FP는 "본인 소유의 집 없이 전세나 월세로 살면 임차 기간이 만료 될 때마다 전세금 인상과 이사에 대한 걱정 등으로 생활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집은 자산증식 수단 가운데서도 1순위로 꼽힌다. 올 들어 글로벌 경제 침체의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과거의 투자 수익률을 따져보면 집은 최고의 투자처였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4년 말 3.3㎡(1평)당 1143만원이었던 서울 아파트값은 올 들어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11월 말 현재 1763만원으로 4년 동안 50% 이상 올랐다. 세금이나 거래비용 등을 제외하고 비교했을 때 연 5%의 복리를 주는 예금의 수익률이 같은 기간 21.5%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의 수익률인 셈이다. 집은 경제가 회복되고 수요가 늘어나면 '과거의 영광'을 상당 부분 되찾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렇다면 신혼부부들이 내집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청약통장이 첫손에 꼽힌다. 신규 분양 아파트에 당첨되기 위한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부터 도입한 '신혼부부주택'에 청약하기 위해서도 청약통장이 필요하다.

신혼부부주택은 아파트 공급주체,면적 등에 따라 청약통장 가운데 청약저축을 사용할 수도 있고 청약 예.부금을 쓸 수도 있다. 청약저축으로는 대한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에서 공급하는 주택에 청약할 수 있고 청약예금은 민영주택,청약부금은 전용면적 85㎡ 이하의 민영주택 청약에 쓰인다.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서도 대체로 청약저축 가입을 추천한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정부가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주택 공급을 대거 늘릴 계획"이라며 "청약저축 가입으로 신혼부부주택과 보금자리주택을 청약할 수 있는 기회를 모두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보금자리주택은 도심과 도시 주변에 집중적으로 지어져 일반 민영아파트 85% 수준의 가격에 공급되는 서민용 주택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2018년까지 총 150만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한다. 청약저축 가입자가 나중에 민영주택에 청약하려고 한다면 청약예금으로의 전환도 가능하다. 반면 청약예금에서 청약저축으로의 전환은 불가능하다. 박합수 국민은행 PB사업본부 부동산팀장은 "청약저축에 가입해 단기적으로 2010년께 분양하는 송파신도시 물량을 노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청약통장에 가입했다면 이제는 내집마련을 위한 자금 마련이 문제다. 이를 위한 금융상품으로 추천되는 것이 장기주택마련저축,이른바 '장마'다. 장마는 만 18세 이상 무주택 세대주나 집이 있더라도 전용면적 85㎡ 이하,공시가격 3억원 이하 보유자라면 가입할 수 있는 저축 상품이다. 이자에 대해 세금을 떼지 않는 데다 1년 동안 가입한 금액의 40%(최고 300만원 한도)를 소득공제 받는다. 다만 가입 후 7년 이내에 해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고 5년 이내면 소득 공제받은 세액까지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내집마련 계획 아래서 가입해야 한다. 장마는 또 가입 시한이 내년 말까지다. 장마에 들었다고 해서 주택 구입을 위한 목돈이 한꺼번에 마련되기는 힘들다. 자기 자금 외에 대부분 대출을 끼고 집을 사게 마련이다.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가운데서는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금리가 가장 낮다. 시중은행보다 통상 2~4% 낮은 금리가 적용된다. 다만 소득증빙이 가능한 만 20세 이상의 무주택세대주에게 6억원 이하 주택담보에 대해서만 대출해준다.

내집을 마련할 때까지 안정된 전.월세를 구하고자 한다면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인 시프트(SHIFT) 입주를 고려할 만하다. 주변 시세의 80% 수준 임대료로 2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다. 다만 주택 크기에 따라 일정 수준 이하의 소득수준과 재산상태가 요구되므로 청약조건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