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에코플레이션

근래 들어 '에코(eco)'라는 단어만큼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도 별로 많지 않을 듯 싶다. 에코는 생물과 그 주변 환경과의 관계를 연구하는 생태학이란 의미의 에콜로지(ecology)에서 따온 것으로,'친환경'이란 뜻으로 곧잘 통용된다.

녹색성장을 목표로 내건 에코경제를 비롯 에코비즈니스 에코시티 에코스쿨 에코프로젝트 에코디자인 에코매지네이션 에코맘 에코펀드 등 에코와 합성한 새로운 조어들은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아예 국가가 나서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제품에 대해 '에코프렌들리'를 공인하는 각종 마크까지 부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지금 에코경제시대를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인류가 쾌적한 환경에서 더불어 잘 사는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지는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에코플레이션(ecoflation)이 향후 10년 동안 소비재 가격의 점진적 상승세를 이끄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세계자원연구소(WRI)와 AT커니 보고서도 그러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음은 물론이다.

에코플레이션은 '환경(ecology)'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환경보호 및 온실가스 감축,지구온난화 방지 등 글로벌 환경기준의 강화로 인해 기업의 제조원가가 상승하면서 결국 물가도 따라서 급등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한마디로 환경적 요인에 의한 인플레이션을 뜻한다.

에코플레이션 현상은 비단 우리 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자원빈국으로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을 뿐 아니라 화석연료 의존도가 아주 높은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로서는 참으로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투자비 조달도 녹록지 않은 마당에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그나마 애써 투자한 성과조차 제대로 거두기 어렵다고 생각하면 그저 아찔할 뿐이다. 우리 경제를 억누르는 또 다른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 해법은 간단하다. 기후변화방지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규제를 강화하는 게 기본 중의 기본이다. 녹색성장이란 구호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구체적인 대책을 실천에 옮기는 게 급선무다. 이번 보고서 발표가 에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싶다.

김경식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